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To err is human, to forgive divine.” 18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An Essay on Criticism, Part II에 나온 구절인데요. 직역하면 “실수하는 것은 인간의 일, 용서하는 것은 신의 일”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현대에도 사용자는 일상의 더 많은 걸, 더 빨리 할 수 있게 됐지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면서 사용자는 오히려 더 많이 실수하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사용자가 더 많은 일을 더 빨리 처리하다 보면, 인지적 부하나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고, 이런 상황은 부주의로 인한 실수와 같은 ‘휴먼 에러(Human Error)’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PC로 작업하던 자료나 데이터를 날려버려 눈물이 날 뻔했던 일은 누구나 한 번 쯤은 있을 겁니다. 수신인을 잘못 지정하거나 오타가 있는 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낸 경험도 그렇죠. 자동차를 운전하다 깜빡 졸거나, 사각지대에 있는 옆 차를 못 보고 차선변경을 하다 놀랐던 경험은 있나요? 이런 경험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휴먼 에러입니다. 우리 모두는 실수를 하기 마련이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실수로 인한 부정적인 경험을 원치 않습니다. 사람의 눈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타인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해도 남의 탓을 더 잘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서비스 이용 중에 사용자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서비스를 탓하기 십상입니다. 심지어 서비스는 다시 찾지 않거나, 바로 앱을 삭제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UX는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휴먼 에러를 사전에 방지하거나 줄여 줍니다. 더 나아가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재산 손실, 인명 피해가 따르지 않도록 포용성(包容性)을 제공합니다. 이런 사용자의 안전(安全)을 지켜주는 UX의 모습은 마치 히어로(Hero)와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용자의 휴먼 에러를 최소화해주는 포용적인 UX 원칙인 안전한 사용(Safe Use)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칙 1. 휴먼 에러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제공돼야 합니다. 사용자는 서비스 사용 중에 우연히 발생한 휴먼 에러로 인해 사소한 정보의 손실뿐만 아니라, 중대한 금융적 손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과업을 디자인할 때에는, 휴먼 에러가 발생하더라도 부정적인 경험이나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포용적인 방안이 제공돼야 합니다. 왜냐하면 휴먼 에러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부정적인 경험에서 사용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휴먼 에러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전통적인 분야는 ‘안전 공학(Safety Engineering)’입니다. 안전 공학은 주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나 인명 피해까지 이어지는 재해를 방지하는걸 목적으로 합니다. 이와 관련해 휴먼 에러가 발생하더라도 사고나 작업자의 상해를 동반한 산업 재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를 사전에 방지해 주는 디자인 개념을 ‘근원적 안전 설계 원리’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근원적 안전 설계 원리로 ‘Fool Proof’ 개념을 들 수 있습니다. Fool Proof를 직역하면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의미로, 작업자가 작업 중에 실수를 하더라도 작업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기계 설비를 디자인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개념이 반영된 대표적인 안전 장치는 ‘안전 가드(Safety guard)’인데요. 기계 설비의 회전 부위나 ‘말림점(Pinch Point)’과 같은 위험 부위에 안전 가드를 설치하면 작업자가 아예 위험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휴먼 에러와 이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UX 분야에서도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도널드 노먼(Donald Norman)이 제안한 ‘제약(Constraints)’이 있습니다. 제약은 ‘행동 유도성(Affordance)’과는 달리, 사용자에게 무엇이 불가능한지 알려주고 선택 가능한 항목 수를 제한해 잘못된 사용방법을 방지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과 같이 메뉴의 일부 영역을 비활성화해 사용자가 선택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사용자가 의도치 않은 과업을 수행하는 것을 제한해 휴먼 에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