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모델이 글로벌 코딩 시장에서 앤스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 등 미국 업체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기존 중국 모델의 강점으로 꼽히던 가격 경쟁력은 물론 성능 면에서도 미국 프런티어에 견줄 만한 오픈소스 상품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특히 중동과 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하는 속도가 두드러진다. 꾸준히 새로운 모델이 탄생하고 있지만 존재감이 미미한 한국과는 비교된다.
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클로드와 제미나이의 글로벌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한 반면 중국 AI는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 대비 8월 11일 기준 프로그래밍 영역에서 앤스로픽 클로드 소넷 4 점유율은 15.7%포인트 떨어지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제미나이 2.5 프로와 플래시도 3.6%포인트, 4.4%포인트씩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알리바바 큐웬3 코더는 16.4%포인트 성장해 점유율 21.5%를 차지했다. 특히 큐웬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딥시크가 주춤하는 사이 성능 면에서도 중국 모델 중 1위에 올랐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지표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프런티어 모델 '큐웬3-235B-A22B-씽킹-2507'은 64점을 기록해 딥시크의 최신 모델 V3.1(60점)을 앞섰다.
중국 스타트업들의 추격도 이어지고 있다. 오픈라우터의 동일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공개된 Z.AI(옛 즈푸AI)의 GLM 4.5와 문샷AI의 키미-K2는 8월 11일 기준 점유율이 각각 6.1%, 3.2%로 집계됐다.
이 중 키미-K2는 또 한 번의 '딥시크 모멘트'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딥시크뿐 아니라 중국 오픈소스 모델 대부분이 가성비를 넘어 기능에서도 미국 빅테크 모델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성능이 많이 올라온 것도 있지만 중국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큐웬3 코더는 입력 100만토큰당 1달러, 출력 100만토큰당 5달러로, 클로드 오푸스 4(입력 15달러, 출력 75달러)에 비해 저렴하다. 스타트업 모델은 더 파격적이다. Z.AI의 GLM 4.5는 입력 100만토큰당 0.6달러, 출력은 2.2달러로 중국 모델 중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문샷AI의 키미-K2는 입력 0.6달러, 출력 2.5달러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은 미국이나 동북아 지역보다 중동과 남미 등 신흥국에서 특히 강하게 통하고 있다. 큐웬과 Z.AI 등 중국 모델이 신흥국 코딩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 가격 경쟁력이 주효하다는 분석이다. 시밀러웹 자료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큐웬 모델의 국가별 트래픽 비중은 이라크 27.5%, 브라질 19.1%, 튀르키예 12.1%였다. Z.AI도 중동·아프리카에 사무소를 두고 현지 정부와 국영 기업을 대상으로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 오픈소스 모델의 부상은 단순 기업 차원의 결과가 아니다. 중국은 올해 초 '딥시크 쇼크' 이후 국가적으로 오픈소스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했다. 올해 중국 기업에서 프런티어 모델 출시가 잇따랐고 이들의 글로벌 점유율이 상승한 것도 이 같은 정부의 지원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올해 중국 모델이 급부상하며 미국과 글로벌 코딩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반면 한국 모델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하다. LG AI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엑사원 4.0'이 코딩 성능에서 글로벌 상위권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실제 시장 점유율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 기업조차도 상당수가 해외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에서는 AI 경쟁력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인 코딩 부문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