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혁신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과 인공지능(AI) 기술의 융합이 주도해나갈 겁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은 21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모빌리티산업은 ‘마력’(horsepower)에서 ‘프로세싱 파워’(처리능력·processing power)로 전환하는 시대에 진입했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동안 자동차 경쟁력의 핵심이 엔진 출력 같은 주행 성능이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최신 기술이 스마트폰처럼 빠르고 원활하게 업데이트되는지에 따라 갈릴 것이란 얘기다.
정 회장은 “전동화가 파워트레인(구동시스템)을 재정의했다면 SDV는 제품 개발과 설계부터 고객,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기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재정의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7년 생산하는 신차부터 SDV 전환을 시작해 2030년까지 2000만 대 넘는 차량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 중” 정 회장은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창업회장과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으로 이어지는 ‘현대 정신’의 뿌리를 ‘고객 중심 경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 창업회장은 ‘미래를 만드는 주체는 고객이고, 고객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란 신념을 갖고 있었다”며 “정 명예회장도 고객을 최우선에 둔 품질 경영과 안전 경영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메이커로 성장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찍이 자동차를 넘어 고속도로(건설) 선박(조선) 인프라(해운) 등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상한 정 창업회장의 혜안이 그룹 비전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와 SDV, 수소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은 오토모티브뉴스는 지난 18일 현대차그룹 3대(代) 경영진을 ‘100주년 기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민첩성으로 美 관세 뚫을 것” 정 회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강점 중 하나는 민첩성”이라며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미국 자동차와 부품, 철강 분야에 210억달러(약 29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글로벌 메이커들과의 파트너십에 대해선 “이제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크게 사고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수합병(M&A)보다는 기술 공동 개발과 공급망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맞춰 파트너십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7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픽업트럭·소형차 등 5종의 차세대 차량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산업 혁신을 이끈 인물로 카를 벤츠(내연기관 차량 첫 개발)와 페르디난트 포르쉐(전기차·하이브리드카 첫 설계), 헨리 포드(첫 대량 생산), 조르제토 주지아로(디자인 선구자), 일론 머스크(테슬라 창업자) 등 5명을 꼽았다. 개인적으로 포르쉐 911과 람보르기니 쿤타치, 폭스바겐 골프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골프에 대해 “여러 세대에 걸쳐 실용성과 혁신 사이에서 일관된 균형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