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돌봄로봇이 내년에 원격의료 현장에 투입된다. 평소 집 안에서 돌봄로봇이 노인(시니어)과 나눈 대화 내용을 분석해 정신건강 관리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의료취약지 내 독거노인의 의료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시니어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돌봄로봇 스타트업 효돌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디지털메딕 등과 손잡고 돌봄로봇으로 시니어의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로 연계하는 서비스를 내년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이는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한 '의료취약지 고령 노인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비대면 의료 서비스 모델 개발' 사업의 일환이다.
효돌은 봉제인형 형태 돌봄로봇 모델 '효돌이'(남자 어린이), '효순이'(여자 어린이)를 전국에 약 1만2000개 공급한 업체다. 돌봄로봇 내부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비롯해 각종 센서가 내장돼 있다. 시니어가 돌봄로봇의 머리와 손발 등을 만지면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우선 효돌 등은 전라남도 내 21개 시군구에 이번 서비스를 시범 도입한다. 현재 전라남도 내에는 1200여 개 효돌이·효순이가 보급돼 있다. 실사용률도 95%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매일 집 안에서 시니어가 효돌이, 효순이와 대화를 나누면, 돌봄로봇에 탑재된 AI가 이를 분석해 데이터로 축적한다. 이 데이터를 통해 시니어의 수면 상태, 기분, 스트레스, 통증 등 다양한 건강정보를 확보하고 우울증, 치매 등 발병 여부를 진단한다.
만약 정신건강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역 행정기관·보건소를 통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의료기관으로 연계되도록 조치한다. 김지희 효돌 대표는 "평소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며 "의료비 등 돌봄 비용 절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비의료기기인 돌봄로봇이 비대면·원격진료에 투입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이 예상보다 일찍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고령층에 대한 돌봄인력 부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로봇이 시니어 돌봄 현장에 본격 투입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업계는 돌봄로봇이 시니어의 정신건강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충청북도 단양군이 독거노인 11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지수 변화를 조사한 결과, 돌봄로봇을 활용한 시니어의 우울증 지수는 평균 3.9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돌봄로봇 공급 전(7.3점)과 비교해 45%가량 낮아진 수치다.
돌봄로봇을 활용한 원격진료 본격화는 농어촌 의료취약지 내 독거노인의 의료 접근성을 대폭 개선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전국 의료취약지로 평가된 98곳 중 전라남도에 가장 많은 17곳이 있다. 전라남도가 시범 서비스 실시 지역으로 선정된 배경이다.
더욱이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커뮤니티케어)' 시행을 앞두고 지역 기반 시니어 돌봄 인프라스트럭처가 조성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시니어가 기존에 살던 곳에서 지속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건강 관리, 장기 요양 등 기능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향후 효돌은 반려견 형태의 돌봄로봇도 제작해 전라남도 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시니어에게도 보급할 예정이다. 자녀와 함께 지내는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며 유대감을 쌓는 최근 시니어 가구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돌봄로봇의 원격의료 기능을 강화한 효돌은 이미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 진출했고, 내년에는 일본 시장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