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카카오톡의 이런 설계는 대화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낳습니다. 특히 카카오톡을 업무 메신저로 사용하는 일부 사용자들은 업무적인 상황에선 누가 메시지를 지웠는지, 어떤 메시지가 지워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는데요. 그렇다면 왜 카카오톡은 이런 대화의 신뢰 약화 우려에도 불구하고도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카카오톡이 프라이버시와 대화 신뢰도 투명성 사이에서 프라이버시에 무게를 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공학박사이자 <UX x AI 인사이트>의 저자인 오의택 작가는 디지털 인사이트의 질문에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대화의 신뢰감은 교환 관계(Trade-off)에 있기 때문에, 가치 판단에 따라 디자인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카카오톡이 최근 사회적 관계망이 점점 더 복잡해지지만 느슨한 연대감(Weak Tie)을 추구하면서 대화의 신뢰성보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SNS 서비스에서 더 중요한 니즈로 작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런 UX적인 변화도 함께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UX 디자이너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사용자의 가치와 니즈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입니다. 앞으로 메신저 업계는 결국 카카오톡의 메시지 삭제 기능 개편은 UX 디자인이 단순한 기능 구현을 넘어, 사회적 가치, 사용자의 심리, 브랜드와 앱 서비스의 주된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과정임을 잘 보여주는 예시이자, 메신저 업계가 맞닥뜨린 보편적 고민에 대한 카카오톡의 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디자인이 그렇듯 카카오톡의 선택이 반드시 완벽한 답이라곤 할 수 없으며, 메신저 서비스가 실수에 대한 유연한 수용과 프라이버시를 우선시 할 것인지, 대화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우선시할 것인지는 여전히 각 서비스 플랫폼들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이번 개편에서 프라이버시라는 가치를 우선한 것은 향후 메신저와 SNS 서비스 전반에 걸쳐 두 축을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으며, 앞으로 이 균형점이 어떻게 진화할지는 UX 업계 모두가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