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숏폼을 주로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 이 모씨. 앞으로는 전신 사진만 촬영해 올리면 유튜브 속 인공지능(AI) 기능이 요즘 유행하는 댄스 챌린지를 하는 동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다. 또한 영상 배경 음악을 찾을 필요 없이 AI가 영상 속에 등장했던 대화를 중독성 있는 사운드트랙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동영상을 편집하는 방법을 몰라도 이제는 수 분 만에 숏폼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이 AI의 도움으로 훨씬 손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 AI가 영상 초안을 제작하고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시청자 반응 분석과 향후 전략까지 제시하는 기능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창작 전 과정을 지원하는 AI 도구를 공개하며 틱톡 등 경쟁 플랫폼은 물론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도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유튜브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연례 행사 '메이드 온 유튜브'를 열고 30여 종의 신기능을 발표했다. 그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AI 기반 창작 파트너인 '애스크 스튜디오'다. 애스크 스튜디오는 영상 성과와 댓글 반응을 요약하고, 향후 제작할 콘텐츠의 제목·설명·섬네일 시안·내러티브 구조까지 제안한다. 단순 통계 제공을 넘어 시청자들의 행동 데이터를 근거로 맞춤 전략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덕분에 초보 크리에이터도 구독자와 클릭 수를 늘릴 수 있는 실행 전략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자동 더빙 기능도 한층 고도화됐다. 영상 속 크리에이터의 입 모양을 번역된 언어와 일치시키는 립싱크 기술이 새롭게 추가됐다. 영어, 프랑스어 등 20개 언어로 현지화가 가능해 전 세계에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어 수익 다각화에도 긍정적이다.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 역시 크게 강화됐다. 우선 AI가 실시간 방송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을 자동으로 포착해 숏폼 영상으로 전환하는 'AI 하이라이트' 기능을 새롭게 도입했다. 긴 방송을 짧은 클립으로 재가공해 추가 노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 최대 다섯 명이 함께 영상을 게시할 수 있는 공동 게시 기능, 세 가지 섬네일과 제목을 시험해 최적의 안을 자동으로 선택하는 테스트 옵션이 제공된다. 광고도 영상 흐름을 끊지 않고 화면 분할 방식으로 노출돼 몰입도를 높였다.
라이브 기능 강화는 시청 시간을 늘리는 것을 넘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같은 글로벌 OTT와의 경쟁 전략으로까지 이어진다. 기존 OTT가 완성도 높은 장편 콘텐츠로 이용자의 몰입을 이끌어 왔다면, 유튜브는 AI를 활용해 실시간 방송을 즉시 클립으로 변환·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AI 하이라이트는 OTT가 제공하지 못하는 '즉시성'과 '참여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치로 평가된다.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은 숏폼 영역에서도 유튜브는 대응에 나섰다. 구글의 영상 생성 AI인 '비오(Veo) 3'를 유튜브 쇼츠에 통합해 사용자가 텍스트 입력만으로 짧은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음성을 자동으로 노래로 바꾸는 '스피치 투 송' 기능도 시험 중이다. 음악과 사운드를 앞세워 젊은 세대를 공략해온 틱톡의 전략에 맞선 대응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번 업데이트를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플랫폼 주도권 싸움의 하나로 본다. 2025년 현재 전 세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월간 이용자는 52억명에 달하며, 유튜브는 약 25억명을 확보해 인스타그램(20억명), 틱톡(19억명)을 앞서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 젊은 층에서는 틱톡의 체류 시간이 유튜브를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틱톡의 1인당 평균 이용 시간은 하루 58분으로, 유튜브의 30분을 크게 웃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