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이 6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가전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한국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공략한 기능을 탑재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8일 LG전자는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다음달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선보인다고 밝혔다. LG전자 로봇청소기 신제품은 사용할 때만 모습을 보이는 빌트인 디자인과 함께 본체와 스테이션 모두에 강력한 스팀 기능을 장착한 게 특징이다.
LG전자 신제품 로봇청소기는 '히든 스테이션'과 '오브제 스테이션' 2종으로 출시된다.
히든 스테이션은 주방 싱크대 걸레받이 부분에 설치가 가능하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로봇청소기가 스테이션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자동 개폐 도어를 적용해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드나들기 때문에 평소에는 깔끔한 외관을 유지한다. 주방 '데드 스페이스'(문 뒤, 코너 등 활용하기 어려운 빈 공간)인 이 공간을 스테이션으로 쓰는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처럼 좁은 공간에 로봇청소기 스테이션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다. LG전자는 날개를 회전시켜 오수를 빼내는 방식 대신 공기압으로 배출시키는 에어펌프를 적용해 스테이션 내 부품의 부피를 줄였다. 히든 스테이션은 직배수관을 연결하는 자동 급배수 전용 모델로, 로봇청소기를 쓰고 싶지만 집이 좁아 설치할 공간을 찾기 힘들었던 고객들에게 유용하다.
프리스탠딩 모델인 오브제 스테이션은 어느 공간에나 어울리는 테이블 형태 디자인으로 역시 로봇청소기가 스테이션 안으로 들어가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다. 침실, 거실 등 원하는 공간에 설치해 조화로운 인테리어가 가능하다.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고객들 의견을 반영했다.
두 제품 모두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는 물론 사용한 물걸레의 세척과 건조까지 알아서 해준다. 세계 최초로 로봇청소기 본체와 스테이션 모두에 스팀 기능을 적용해 청소 성능과 위생 관리의 편의성을 높였다.
로봇청소기 주행 기술에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사물인식 기술도 적용됐다. AI 칩과 라이다·3D 카메라·초음파·범퍼 등 각종 센서로 주변 환경과 장애물을 정밀하게 인식해 똑똑하게 주행하고 청소한다.
삼성전자도 다음달 IFA에서 신제품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제트봇 스팀'을 공개할 예정이다.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청소기에 빼앗긴 안방을 되찾을 회심의 제품으로, 보안과 스팀 기능에 집중한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스포크 AI 제트봇 스팀은 글로벌 인증기관 UL솔루션스의 사물인터넷(IoT) 보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를 획득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뿐 아니라 다른 중국 가전 업체들까지 국내 안방 로봇청소기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며 "국내 가전 업체들은 가뜩이나 일체형 로봇청소기 시장 진입이 늦었던 만큼 뛰어난 성능과 보안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1위인 로보락은 세탁건조기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낸 샤오미는 스마트폰 외에도 로봇청소기, TV 등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산 로봇청소기들은 성능을 부풀리거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의혹도 받고 있다. 로봇청소기의 흡입력을 킬로파스칼(㎪)로 표시해 경쟁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처럼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기준을 와트(W)로 통일하면서 소비자들은 같은 기준으로 성능을 비교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