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된다. 비행하는 날엔 날씨를 보는 것에서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눈 떴는데 날씨가 안 좋으면 긴장 시작이다. 착륙할 땐 특히 더 긴장된다. 기상 상황이 항상 달라지기 때문에 비행기 착륙에서 ‘매번 하던 대로’는 없는 말이다. 착륙 한번 한 번이 새로운 도전이다.
어쩌다 그 일을 하게 되었나.
초등학교 때 비행기 타고 중국에 간 적 있다. 말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고, 풍경도 다르고. 완전히 다른 세상에 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우주비행사, 비행기 조종사 둘 중 하나가 되어야겠다 싶었다. 고민 끝에 비행기 조종사 쪽으로 진로를 정했는데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게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맞다. 코로나 때문에…여객기 파일럿으로 전환 직전이었는데…(눈물)
개발자로 일하는 건 어떤가. 파일럿으로 일하는 거랑 비슷한 점이 있나.
음. 비슷한 점이 있다. 아까 착륙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했었는데, 개발자로 일하면 서도 비슷한 기분을 매일 느끼고 있다. 분명 처음 보는 문제고, 내가 풀 줄 모르는 것 같은데, 결국엔 어찌어찌 해낸다.
풀칠의 모토는 ‘밥벌이 이상의 풀칠을 위하여’다. ‘돈 벌어야 해서’ 말고 다른 일 하는 이유를 하나만 꼽는다면
성장. 약간 고통 중독 같다. 안 좋은 기상 상황 속에서도 어찌어찌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맛에 파일럿을 했었다면, 요즘엔 안 풀리던 문제를 해결했을 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이 맛에 개발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