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바쁜 삶에 지쳐 고즈넉한 자연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강원도 인제의 땅을 중개하고 있다. 그간 풀칠레터 홍보대사를 자처했는데 풀터뷰라니. 영광이다.
공인중개사 한 지 얼마나 됐나? 공인중개사는 무슨 일을 하나?
공인중개사로 일한 지는 올해가 3년 차다. 지역 특성상 주로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 토지, 임야, 전원주택 등을 중개한다. 땅을 보러 다니고, 보여주러 다니고, 계약서를 쓴다. 귀농한 사람들이 만족해 웃음짓는 얼굴을 보는 건 덤이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녀딸 역할도 종종 한다. 보이스피싱 문자에 놀라서 많이들 달려오신다.
어쩌다 그 일을 하게 됐는가
원래는 음악을 만들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그만 두고 방황하고 있을 때 부모님의 제안에 넘어갔다. 부모님도 귀농을 하셨는데 지인들에게 귀농 관련 문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참에 우리가 중개를 하자”고 하시더라. 정신 차려보니 자격증 시험을 보고 있었다. 강원도 면적이 서울의 3배 정도 된다. 그런데 부동산 중개사무소는 고작 20여곳이다.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 일 하다 보니 이런 일도 있더라…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보통은 계약일 전에 계약 사항을 모두 조율해 둔다. 모두 합의된 내용을 가지고 만나서 계약한다. 그런데 계약일이 됐는데 매도자 할아버지가 갑자기 집을 못 팔겠다면서 어깃장을 놓았다. 중간에 사무실에서 소주도 한 병 드셨다. 취해서 울기도 하셨다. 사정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이 파는 것도 아니었고, 집도 여러 채 가진 분이었는데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결국 도장 찍는데 4시간이 걸렸다. 그 날 현타가 너무 와서 폐업신고든 휴업신고든 하러 군청에 갈까 했다.
언제까지 그 일 할 것 같나?
요즘 문 닫는 부동산 사무실이 진짜 많다고 한다. 나도 지금이 위기라고 느낀다. 매물을 내놓는 사람은 많은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무실 위치를 옮기거나 아니면 다른 일을 찾아보거나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열정의 유무와 시장이라는 환경이 어떤 상황인지는 다른 층위의 문제인 것 같다. 그래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건이 닿는다면 조금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부동산 계약 꿀팁 하나 달라.
매매든 전월세든 계약을 하러 가면 출력된 계약서에 서명만 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보통 공인중개사가 계약서를 미리 준비해두기 때문이다. 그러니 계약서 서명하기 전에 미리 어떤 특약을 넣을 건지 물어보고 본인에게 유리할만한 특약은 무엇인지 알아본 후 넣어달라고 하면 좋다. 협의가 가능한 내용이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계약서는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다. 웬만하면 풀칠러들의 지출 중 가장 많은 금액이 오가는 계약일 것이다. 내적 친밀감 가득한 우리 풀칠러 동료(?)들이 자신의 권리를 잘 지키길 바란다🙏🏻
풀칠의 모토는 ‘밥벌이 그 이상의 풀칠을 위하여’다. ‘돈 벌어야 해서' 말고 일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잘 견디지 못하는 것이 일하는 이유다. 다만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돈 이상을 벌게 된다면 가난으로 힘들어 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꼭! 도움이, 돌파구가, 희망이 되고 싶다. 그 역시 ‘돈을 버는’ 이유겠지만 어쨌든 나만을 위한 밥벌이가 아니라는 점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