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6시 30분. 눈이 떠진 K씨는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은데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만 기억이 나는 요상한 기분을 느낀다. 울렁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전날의 투두 리스트를 편집해서 오늘의 투두 리스트를 만들었다. 투두 리스트 중 뭐부터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루틴을 기억해내고 차를 한잔 끓여 마셨다. 고민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서 요가는 포기해야만 했지만 차 끓여 마시기 옆의 체크박스에 체크를 하니 기분이 대단히 좋았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세수하기, 양치하기, 물 마시기 같은 것들도 K씨의 루틴 투두 리스트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물을 마시고 물 마시기 옆의 체크박스에 체크를 하면 조금 더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의식하지 않고도 해오던 것들을 노력해야만 하는 일로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잠깐 들었지만 투두 리스트의 체크박스에 체크하는 일의 쾌감이 조금 더 분명했다. 이게 바로 리추얼이구나 싶었다. 다음 날도 K씨는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해야 할 일을 적고 노력을 기울여서 그 일을 하고 체크박스에 체크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다음 날도 비슷했다. 이 주에 K씨가 루틴에 투자한 시간은 4시간 32분 27초였으며 새로 깔은 어플은 2개, 새로 구독한 뉴스레터는 3개, 루틴에서 파생된 소비는 2건(요가매트, 핸드드립세트 : 계 55,48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