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풀과 나무가 가득 찬 이 공간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탑이라고 해야할지, 계단이라고 해야할지 애매한, 자주색과 초록색 페인트로 어설프게 나무 흉내를 낸, 적어도 7-8미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 강철로 만들어진 나선형의 구조물. 하지만 단순히 그 구조물의 크기와 재료가 이질적이란 이유만으로 내게 그토록 중요한 수수께끼가 된 것은 아니다. 내가 그것을 수수께끼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전에 내가 전혀 다른 공간에서 그것과 거의 흡사한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강렬한 데자뷔가 나를 데려간 곳은 리스본이었다. 그래, 리스본, 포르투갈의 수도. 눈부신 태양 아래 흰 벽과 분홍색의 지붕이 반짝이는, 바다로 느껴질 만큼 큰 강가에 언덕이 겹치고 겹쳐져 만들어진 미로 같은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