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직장을 잡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방을 얻었을 때 나는 마침내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에 취해있었다. 내게 어른이 된다는 건 자립에 성공했다는 걸 의미했고, 자립이란 결국엔 서식지와 밥벌이였다. 혼자 힘으로 사냥하고 서식지를 가진 동물이 성체로 대접받듯이, 돈이야 좀 적긴 하지만 어쨌든 밥벌이를 하러 들락날락할 공간을 갖게 되었으니 자립에 성공한, 어른이 되었다고 자평해도 무방할 성싶었다. 일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던 처음 몇 주가 지나가니 새로운 일상도 그럭저럭 모습을 갖춰갔다. '제대로 해놓고 산다'까진 아니어도 퇴근길에 지하철역에서 사온 오뎅을 볶아 냉장고에 쟁여두고 나면 이제 나도 정말 자립을, 홀로서기를 해냈다는 뿌듯함까지 느껴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