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먼저 김대리 이야길 잠깐 해야겠다. 최근에 이직해온 김대리는 친구의 회사 생활에 새로이 떠오르는 빌런으로, 내겐 이미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익숙한 인물이다. 친구는 계약직으로 벌써 2년째 일하고 있어서 어지간한 사업들은 대충 다 꿰고 있다. 반면 김대리는 직급은 친구보다 높지만 이직해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아는 게 별로 없다. 김대리가 온 날, 팀장은 친구를 콕 집어 김대리를 ‘잘 챙기라’고 했고, 그때부터 친구는 직급도 나이도 자기보다 많은 김대리의 사수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처음엔 친구도 잘 해보려고 제법 애를 썼다고 한다. 가르치되 부려먹을 수 없다는 점이 열받긴 했지만 어쨌든 오래 같이 볼 사이니까. 둘 사이가 틀어진 건 회식 날이었다(친구네 회사는 요즘에도 종종, 어떻게든 회식을 하는 미스터리한 곳이었다.). 만취한 김대리가 회식에서 글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친구가 자기에게 텃세를 부린다는 식으로 뼈 있는 농담을 갈겼다는 것이다. 당황한 친구는 그날 밤 즉시 여명 기프티콘을 보내며(잘 들어가셨어요? 푹 쉬시고 내일 봬요)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김대리는 여명만 홀랑 바꿔 먹고 답장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1이 사라진 기프티콘 메시지를 내게 보여주며 친구는 말했었다. “이젠 진짜 전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