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는 아니지만, 나도 내 공간을 갖고 있긴 했다. 누군가는 사무실(자식이 뭔가 그럴듯한 일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 부모님 시점)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작업실(프리랜서 친구들 시점)이라고 부르고, 또 누군가는 아지트(술꾼 시점)라고 부르는 월세 10만원짜리 노옵션 옥탑방이다. 나는 거기다 동네 형이 준 컴퓨터, 거실에서 자리만 차지하던 산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소파, 누군가 버린 책상,책꽂이,라꾸라꾸와 당근마켓에서 산 커피포트를 가져다 두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쯤 자랑할만한 햇살이 비추는지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주절댔다. ”어...그냥 작업실?같은게 있긴 한데 햇살은 잘 모르겠네요? 신경쓰질 않아서?“ 내 말을 들은 사장들은 어떻게 그걸 신경쓰지 않을 수 있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게는 그 갸우뚱이 자기 일에 확신이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가장 좋은 햇살이 들어오는 시간을 모를리가 없다는 비난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