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도 역시 콩나물시루였지만 이제 나는 자리는 쟁취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일단 팔부터 들이밀고, 카드를 찍어서 탈 권리를 확보하고, 낯선 이들 틈으로 어깨를 집어넣었다. 기사 아저씨가 다음 차를 타라고 말했지만 내게도 나름의 양보할 수 없는 사정이 있으므로 무시했다. 문 뒤의 한 뼘 정도 되는 공간에 몸을 어찌어찌 끼워 넣으니 그럭저럭 출발해도 괜찮은 상태가 되었다. 이대로 4 정거장만 가면 도착이다. 그런데 아뿔싸, 다음 정거장에서 문이 열릴 때 그만 한쪽 다리가 버스 문에 끼이고 말았다. 그 역은 버스 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리는 역이었다.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다른 한 발과 상반신을 열려있는 문 뒤로 내민 채로 하차 태그를 찍는 족히 20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과 어색한 눈인사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문에 끼어서 내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읽다 보니 문득 다들 참 늙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 눈에 나는 앳되어 보이겠지, 바보같이 버스 문에 끼어있으니까. 왠지 첫 출근을 하는 중인 걸 모두에게 들킨 것 같았다. 아직 본격적인 첫 출근은 시작도 안 했는데 너무나도 피곤했다. 마침내 회사에 도착해 인사팀 직원의 환대(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를 받고, 팀원들에게 인사(내일은 빨리 나오겠습니다)를 건넨 시간 : 09:0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