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제가 그때 본 책 <야간비행>은 상사와 부하직원이 각각 처한 상황이 완전히 다르고, 그래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팀장님은 저를 무슨 괴짜처럼 보고 계신 것 같은데요? 저는 괜찮습니다. 오해를 살 가능성을 염려해서 책을 읽은 거니까요. 오해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해를 받고 놀라지 않기 위해서요. 그 책이 무슨 내용이냐면요, 관제탑의 깐깐한 부사장 라비에르는 파일럿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용기와 두려움을 존경하지만 그가 파일럿에게 실제로 해 줄 수 있는 건 징계뿐이거든요. 폭풍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착이 된 경우에도 얄짤없이 징계를 내립니다. 그래야 일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에요. 그가 벌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두려움이고, 두려움을 벌함으로써 파일럿이 두려움을 정복하게 될 것이고, 비행기는 연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징계를 내리죠. 오늘날에도 비행기 연착은 잦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이 책은 파일럿들이 야간비행을 나서면서 이렇게 말하면서 씩 웃는 장면으로 끝나거든요. ‘그 바보 같은 라비에르가 글쎄… 내가 두려워하는 줄로 알고 있는 게 하도 기가 막혀서!” 팀장님이 바보 같다는 건 절대 아니고, 제 버전으로는 이런 겁니다. 저한테 왜 웃느냐고 물어보세요. 어서요. (A팀장이 물어봤다. “왜 웃으세요?”) 바보같은…아니 무심한 팀장님. 팀장님이 제가 평판 따윈 신경 안 쓰는 사람인 줄 아는 게 하도 기가 막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