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카타르시스를 탐닉하는 동안(흐리멍덩한 눈으로 커피를 홀짝이며, 사무실로 돌아온 팀장의 눈치를 보며 종종 의미 없는 마우스 클릭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꾸준히 흐른다. 어느새 5시다. 이제 슬슬 배가 고프다. 배고픔은 평소엔 잊고 있지만 늘 존재하는 또 다른 나, 몸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일터에서 몸을 생각하는 것은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이 낯섦은 평소엔 전화와 메일과 회의와 숫자들에 파묻혀 있느라 몸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기에 드는 기분일 수도 있지만, 이전엔 보이지 않던 세계관의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점을 마주했을 때 드는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