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교 신자도 아닌 엄마가, 무릎도 아픈 엄마가 드리는 불공의 모순됨을, 불공을 드리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천천히 나빠진 우리 가족의 형편에서 드러나는 불공의 그 쓸모없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가 드리는 불공을 내가 현신해내야 하는 것 같은 부담감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사람들은 부처님과 행복을 직거래 틀 수 없기에 별 능력도 없는 돌을 쌓아 탑을 올린다. 그저 돌멩이였던 탑이 자기 앞에 머리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의 소망을 마주했을 때의 심정은 어떨까. 나는 돌멩이면서 공든 탑이었고, 공든 탑의 심정으로 차마 그 소망 위로 무너져 내릴 수 없어 도망가는 걸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