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성 유람기"…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가장 처절한 공포는 바로 이것이다. 다른 땅과 다른 사람들을 알고 싶은 갈망, 그와 동시에 그들을 남겨 둔 채 황급히 떠나 버리고픈 갈망에 사로잡힐 때의 공포."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중해 기행> - 풀칠의 6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타성에 젖지 않고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마음속에서 요리조리 굴리면서 지냈다. 마감에 쫓기던 24년 10월의 나는 이런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타성에 젖지 않고 살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삶에 풍덩 뛰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헤엄을 치기로 마음먹는다면 까짓 조금 젖는 것쯤이야 별일도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