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철학 수업
아이들이 직접 쓴 이야기를 펼쳐 읽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교과서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던 얼굴들이 슬쩍 드러납니다. 학생들은 저마다의 경험을 밑천 삼아 이야기를 짓습니다. 그 이야기를 가운데 두고 함께 묻고 답하다 보면, 평소엔 잘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진짜 생각이 생생하게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잘 쓴 글이라서가 아닙니다. 그 이야기 안에 자기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작가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도덕 시간만으로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이야기를 이어 쓸 수 있도록 스토리보드 웹앱을 만들어 아이들 손에 쥐여 주었습니다. 도덕 수업에서는 다양한 그림책과 이야기책을 함께 읽으며 질문과 대화, 즉흥극으로 배움을 엮어 갑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한 학생의 작품, 《연우의 도전》을 펼칩니다. 아이들과 IB 학습자상을 이야기하며, '도전'이라는 모습이 정말 어떤 것인지 질문과 즉흥극으로 풀어 보려 합니다. 사실 며칠 전, 4학년 아이들과 먼저 이 작품으로 '질문이 있는 철학수업'을 해 보았습니다. 연우가 거머쥔 1등을 두고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들어 보았지요. 그런데 몇몇 아이의 솔직한 말이 저를 멈춰 세웠습니다. 연우가 대단하다는 겁니다. 1등을 향한 그 노력에 오히려 더 깊이 공감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있었습니다. 방법이야 어찌 됐든 결국 1등이라는 성과의 달콤함 때문에, 자신도 연우의 선택을 더 크게 이해하게 된다고요. 거짓말이라는 도덕적 성찰보다 1등이라는 성취의 단맛에 마음이 기운다는 것. 솔직히,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야"라는 당연한 말이,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허하게 흩어지고 있다는 것을요. 어떻게 해야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흔들어 볼 수 있을까요. 결국 저는 다시 질문 앞에 섰습니다. 도덕적 대화에서 질문이 왜 중요한지를요. 도덕이 훈계가 되지 않으려면, 머리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닿아야 합니다. 가르치려 들수록 멀어지고, 아이의 수준에서 생각이 이어지고 이어지는 톱니대화로 학생의 이해 수준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어린이 철학 수업의 모습이 아닐 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답 대신 질문을 들고 교실에 들어갑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요?
- cool_h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