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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인을 보는 시선, 얼마나 객관적인가?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러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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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 폐어류, 침팬지 중 종의 관점에서 가까운 것을 묶는다면 어떤 것을 친척(같은 종)으로 묶겠습니까?
아마도 많은 분들이 잉어와 폐어류를 묶고, 침팬지를 따로 분류할 것입니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적으로 볼 때, 실제로는 폐어류와 침팬지가 더 가까운 친척에 해당합니다.
폐어류는 이름 그대로 폐를 가지고 있는 어류입니다. 그들은 물 밖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켰고, 이는 오늘날 육지 생물의 진화에 중요한 발판이 되었습니다. 폐어류와 첫 육지 동물 사이의 중간 단계 화석들이 발견되면서, 폐어류가 모든 육지 동물의 조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진화계통학적으로 볼 때, 폐어류는 잉어보다 침팬지와 더 가까운 관계에 있습니다. 잉어와 폐어류의 마지막 공통조상은 현생 어류의 조상인 반면, 폐어류와 침팬지의 마지막 공통조상은 모든 사지동물(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포함)의 조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생 폐어류는 실제 육지 동물의 직접적인 조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육지 동물의 조상이 되는 과도기적 형태의 어류와 매우 유사한 특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폐어류는 육지 동물의 조상이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알려주는 현존하는 가장 가까운 종입니다.
고생물학적 증거에 따르면, 약 3억 7천만 년 전 데본기 후기에 폐어류와 유사한 어류에서 최초의 사지동물이 진화했습니다. 이들은 사지를 사용해 물 밖으로 기어 나올 수 있었고, 폐로 공기 중의 산소를 호흡했습니다.
이후 진화의 과정에서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등 다양한 육지 동물 계통이 출현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폐어류와 같은 공통조상에서 유래했기에, 많은 해부학적, 생리학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폐어류는 육지 동물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들의 존재는 생명이 수억 년에 걸쳐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겉으로 보기에 큰 차이가 있는 생물들도 공통된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런 관점은 생물 다양성의 근원을 이해하고,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런 진화적 관계는 룰루 밀러의 책 "Why Fish Don't Exist"에서 제기된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물고기'라는 범주 자체가 진화적으로 유의미한 집단이 아니라, 인간의 편의에 따라 만들어진 인위적인 구분일 수 있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범주와 구분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만큼 명확하거나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가 타인을 바라보고 평가할 때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겉모습이나 제한된 정보만으로 사람을 단정 짓기보다는, 각자의 고유한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잉어와 폐어류를 하나의 범주로 묶듯, 피상적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하는 오류를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수많은 세대에 걸친 진화의 결과물이며, 각자 나름의 복잡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요? 룰루 밀러의 책이 생물학적 분류에 대한 통찰을 주었듯, 그 통찰을 일상에 비추어보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