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학기였다. 더 이상 수업도 많지 않고, 해야 할 것도 없는 시간이 내 앞에 펼쳐졌다.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고, 방학처럼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지?"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건 변명처럼 느껴졌다. 과제에 치이고, 시험에 치이고, 알바에 치이며 지내왔던 날들은 지나간 일이었고, 이제 남은 건 내가 어떻게든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뭘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는 거였다. 취업 준비? 그래, 해야지. 하지만 막상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막연하게 흘러가던 날들 속에서, 한심한 내 자신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괜히 책상에 앉아 공책을 꺼내 들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적다 보니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다. 여행도 가고 싶고, 새로운 기술도 배우고 싶고,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지금껏 "언젠가 시간이 생기면 하겠지"라고 미뤄둔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막상 시간이 생기니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날 이후로는 딱 한 가지씩만 실천해 보기로 했다. 오늘은 책 한 권 읽기, 내일은 Swift 튜토리얼 한 챕터 따라 하기, 모레는 동네 한 바퀴 산책하기. 이렇게 사소한 목표라도 만들어가니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처음엔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소한 행동들이 쌓이면서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Swift로 작은 앱을 만들어 보던 날,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앱에 버튼 하나 띄우는 것조차 낯설던 내가 점점 코드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짧게라도 성과가 보이는 게 신기했다. “내가 정말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내가 더 잘할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희망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자 더 배우고 싶어졌다. iOS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고, 혼자만의 공부에서 벗어나기 위해 KDT 실무형 iOS 앱 개발자 양성과정에 도전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직 초반이지만, 배우는 모든 과정이 너무 즐겁고, 내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이제는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iOS 개발자라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 매일 작은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과거의 나는 막연한 허무함 속에 지내는 바보 같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하루하루가 성취로 채워지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스스로를 믿게 되었다.
마지막 학기는 이제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시기가 아니다. 나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나는 이미 나 자신을 변화시켰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나은 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