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석은 맞은편에서 조용히 소시지를 음미하는 이준성의 모습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처음엔 그저 피곤한가 싶었지만, 문득문득 스치는 그의 표정에는 단순한 피로 이상의 깊은 상념이 어려 있었다. 그는 이준성이 맥주를 마시고 다시 포크를 드는 그 짧은 순간, 바 테이블 쪽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어깨가 미세하게 굳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정태석은 굳이 아는 척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제 앞에 놓인 소스 그릇을 이준성 쪽으로 조용히 밀어주었다. 말이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잔에 남은 맥주를 단숨에 비우고, 묵직한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