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함에 시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매트 위에서 상체를 숙여 발끝을 잡으려는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그의 몸은 마치 통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억지로 터뜨린 웃음소리가 조용한 스튜디오 안에서 유난히 크게 울리는 것 같아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나직한 웃음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처음엔 다들 그래요."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안서준이었다. 그는 시우의 옆에 자연스럽게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걱정 말라는 듯 다정하게 휘어지는 그의 눈매에 시우의 심장이 작게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안서준은 어색하게 웃는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뻣뻣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 작은 실수에도 금세 얼굴을 붉히는 순수한 반응 하나하나가 그의 마음을 속수무책으로 흔들었다.
"호흡을 내쉬면서 천천히 내려가 보세요. 경쟁하는 게 아니니까, 시우님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하면 돼요."
그는 말하며 시우의 등 뒤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곧게 펴지지 않고 잔뜩 말려 있는 허리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전문가적인 지도였지만, 손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가느다란 떨림과 예상보다 뜨거운 온기에 안서준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시우의 작은 어깨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 너무 귀여워.'
이성이 다급하게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심장은 제멋대로 내달렸다. 그는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최대한 담백한 목소리를 냈다.
"네, 그렇게. 등이 말리지 않게 척추를 길게 늘인다는 느낌으로요. 아주 잘하고 있어요."
그의 다정한 목소리와 단단하게 허리를 지지하는 손길에, 시우는 조금 전의 민망함도 잊은 채 그의 리드에 몸을 맡겼다. 닿아있는 손바닥에서 전해져 오는 열기가 등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