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일이라는 듯 팔짱을 끼운 채 그를 바라봤다. 김아준은 눈앞의 분홍색 머리를 한 남자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산골짜기까지 차를 몰고 온 수고가 무색하게, 자신을 맞이한 건 어딘가 뜬구름 잡는 듯한 인상의 사내와 기묘한 기운이 감도는 낡은 집뿐이었다.
"너 그보다… 이름이 뭐야? 퇴마사 집안을 다 아는데 내가 널 모르는 게 말이 안 되거든."
따져 묻는 태도가 거슬렸지만, 유 온은 굳이 티를 내지는 않았다. 어차피 볼일만 보고 갈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약초 꾸러미를 툇마루에 내려놓으며 무심하게 대꾸했다.
"유 온. 그리고 퇴마사 집안 아니야."
말을 마친 아준은 그의 집을 찬찬히 훑어봤다. 낡았지만 기운이 넘친다는 첫인상 그대로였다. 마당을 어슬렁거리는 동물들이나, 집 처마 밑에 매달린 정체 모를 약초 꾸러미들까지. 전부 비과학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지만, 동시에 기묘한 안정감을 주는 풍경이었다. 눈앞의 이 분홍 머리 녀석만 빼고.
"부영휘 그 양반이 너한테 가면 뭔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길래 와본 것뿐이야. 뭐, 딱히 대단한 걸 기대한 건 아니고."
아준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 봤다. 예쁘장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잔뜩 날이 서 있는 눈빛. 유 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다.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단 하나, 제 힘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그뿐이었다.
"내 힘, 이 단력이라는 게 보통이랑은 좀 다른 모양이던데. 네가 그걸 좀 안다며. 쓸데없는 질문은 그만하고 본론부터 말하지. 시간 없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덧붙였다. 이곳에 들어서기 전, 집 주변에 쳐져 있던 숨 막히는 결계를 아무렇지 않게 찢어버린 제 힘의 정체. 그걸 이 녀석은 알고 있을까. 어쩐지 귀찮은 일에 휘말린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유 온은 잠시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나직이 입을 열었다.
"....너 태어난 날, 시간 좀 알려줘봐."
"하."
헛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뜬금없이 생년월일이라니. 점이라도 보겠다는 건가. 같잖다는 생각에 대꾸할 가치도 못 느꼈지만, 녀석의 분홍빛 눈동자는 꽤나 진지했다. 사람을 앞에 세워두고 무시하는 건 제 방식이 아니었기에, 김아준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01년 5월 23일, 아침 7시 2분."
대답을 듣는 유 온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뭘 안다는 듯한 얼굴. 사람 속을 긁는 재주가 있는 녀석이었다. 아준은 턱짓으로 집 안을 가리키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됐어? 이제 들어가서 얘기해도 되나. 사람 계속 문 앞에 세워둘 셈이야?"
마당을 유유히 돌아다니던 노루 한 마리가 어느새 그의 발치까지 다가와 있었다. 녀석은 큰 눈을 끔뻑이며 아준의 바짓가랑이에 코를 킁킁거렸다. 동물에게까지 경계심을 사지 않는 건지, 아니면 이 집의 모든 생물이 이렇게 겁이 없는 건지. 그는 가만히 노루의 머리를 내려다봤다. 낯선 감각이었다.
유 온은 잠시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듯 침묵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들어오라는 뜻인가. 아준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 뒤를 따랐다.
삐걱거리는 툇마루를 밟고 안으로 들어서자, 서늘한 나무 향과 함께 짙은 약초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바깥보다 훨씬 강한 기운이었다. 정돈된 듯하면서도 곳곳에 부적이며 정체 모를 도구들이 널려 있는 공간. 이 녀석, 유 온이라는 영제자의 세계는 온통 이런 것들로 가득 차 있는 모양이었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풍경이었다.
"아… 그래서… 진시에… 윤달… 여기서 기다려. 줄게 있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유 온은 방 안으로 들어가, 항아리 하나를 챙겨왔다. 그 뚜껑을 열자 안에 가득한 염주알을 하나하나 꺼내 금빛으로 빛나는 줄에 하나씩 끼워넣기 시작했다.
"진시? 윤달? 뭔 소리 하는 거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녀석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제 사주가 뭐 어떻다는 건지. 갑자기 자리를 비우더니 항아리 같은 걸 들고 와서는, 그 안에 든 구슬들을 꿰기 시작했다. 금빛으로 빛나는 실에 꿰이는 검은 염주알들. 저게 다 뭐 하는 짓인지. 김아준은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지켜봤다. 영문 모를 행동의 연속이었다.
"야. 사람 불러놓고 뭐 하는 거야, 지금. 내가 한가해 보여?"
쏘아붙이는 말에도 유 온은 묵묵히 제 할 일에만 집중했다. 그 태연한 무시가 짜증을 돋웠다. 집 안을 가득 채운 약초 냄새가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차라리 훈련장에서 화약 냄새를 맡는 게 속 편하겠다. 그는 참을성 없이 툇마루에 걸터앉아 다리를 툭툭 흔들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그의 작업 소리와 불협화음을 이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드디어 마지막 알까지 꿰어낸 유 온이 매듭을 묶고는 완성된 염주 팔찌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름."
"뭐?"
"네 이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말하라고."
뜬금없는 요구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의 분홍색 눈동자는 장난기 하나 없이 진지했다. 이 팔찌에 제 이름을 새기기라도 할 셈인가. 이 이상한 상황에 계속 끌려다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부영휘 그 영감의 얼굴을 봐서라도 일단은 협조해 주기로 했다. 김아준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아름다울 아(雅), 준걸 준(俊)."
유 온은 그 이름을 나직이 읊조리며 팔찌에 무언가 기운을 불어넣는 듯하더니, 다시 아준에게 내밀었다.
"진시는 하늘의 가호를 받았어. 윤달은 네가 아는 대로 손 없는 날이고. 그래서 네가 퇴마사 집안이 아닌데도 단력을 다룰 줄 아는 거지."
그는 엮은 염주를 팔찌로 만들어 내밀었다.
"절대 풀지 마. 네 힘을 극대화하면서도 위험한 혼들에게서 널 지켜줄테니까."
"하늘의 가호? 손 없는 날?"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슨 전래동화에나 나올 법한 소리를 진지하게 지껄이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퇴마사 집안이 아니라도 힘을 쓸 수 있는 이유가 고작 그런 거라니. 미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김아준은 내밀어진 염주 팔찌와 유 온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장난하나. 이런 구슬 쪼가리가 날 지켜준다고?"
불신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하지만 유 온은 그의 비아냥거림에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그 고요한 분홍색 눈동자가 오히려 자신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더러웠다. 위험한 혼들? 지금까지 너프건 한 방으로 해결하지 못한 귀신은 없었다. 그런데 고작 이딴 팔찌가 필요하다고.
"됐고, 필요한 건 이게 아니야. 내 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온 거라고 했을 텐데."
팔찌를 받아들 생각도 없이 팔짱을 꼈다. 유 온의 손바닥 위에 놓인 검고 작은 염주알들이 묘하게 신경 쓰였다. 제 이름을 한자로 묻고, 이 팔찌를 만들었다. 그 과정 자체가 꺼림칙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코가 꿰이는 기분.
"네가 말하는 그 '위험한 혼'이라는 게 뭔데. 그리고 이 팔찌가 내 힘을 어떻게 극대화한다는 건지, 제대로 설명부터 해. 이런 두루뭉술한 소리 들으려고 이 산골짜기까지 찾아온 거 아니니까."
그가 대답을 재촉하며 시선을 고정했다. 집 안을 감도는 서늘한 공기와 짙은 약초 향이 오감을 어지럽혔다. 이 비과학적인 공간과 그 중심에 있는 비현실적인 남자.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동시에 외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제 힘의 근원을, 이 녀석은 정말로 알고 있는 걸까.
"이 염력은…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준 염주알로 만든 거 말이야. 이건 내 힘을 담은 거야."
유 온은 그를 올려다봤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퇴마사 집안을 돕는 일을 했어. 너한테 있는 힘이 나한테도 있단 소리지."
그는 엮은 염주알을 손으로 하나씩 굴렸다.
"이건 부적과 같은 효력이 있어. 그리고 네 힘을 알고 싶다 그랬지? 말 그대로야. 넌 윤달에 태어나 진시 시간에 정확히 태어났어. 이건… 글쎄, 네가 어디까지 믿을진 모르겠지만 너도 알잖아. 퇴마 일을 해왔으니. 그 힘은 그냥 운명처럼 생겨난 거야. 다른 퇴마사들보다 큰 힘을."
유 온은 작게 중얼거렸다. 김해 김씨도 아닌데… 이런 힘을 가지기 힘들 텐데… 이 운명의 힘을 쭉 이런 일에만 써준다면…
녀석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실소가 터져 나왔다. 운명? 대대로 이어온 힘? 전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이야기였다. 김아준은 손에 들린 너프건을 매만졌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총구를 바닥으로 향한 채 무심하게 빙글 돌렸다. 플라스틱 장난감이 제 손에서는 그 어떤 부적이나 염주보다 더 확실하고 믿음직스러운 도구였다.
"그래서, 네 힘이라는 게 뭔데. 구슬에 기운이나 불어넣는 게 전부야?"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그의 집안이 뭘 했든,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하든 제 알 바 아니었다. 궁금한 건 오직 제 힘, 단력의 실체였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운명'이라는 뜬구름 잡는 소리뿐이라니. 헛걸음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운명이라… 웃기는 소리군."
코웃음을 치며 몸을 일으켰다. 삐걱거리는 툇마루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부영휘 영감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비과학적인 이야기에 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그 팔찌, 네가 갖고 있어. 난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차갑게 말을 내뱉고는 뒤돌아섰다. 유 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다시 볼 일 없는 사이. 집을 나서는 그의 등 뒤로, 유 온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 분홍빛 눈동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마당을 가로질러 차에 오르려는 순간, 등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힘, 제대로 쓰지 않으면 너를 좀먹게 될 거야."
그 말에, 그의 발걸음이 순간 멈칫했다.
"그러니까… 날 못 믿겠어도, 아니 네가 가진 그 힘을 아직도 제대로 잘 몰라도 하고 있어. 넌 네가 인괴령을 퇴마하는 게 그냥 네 그 무기 하나라고 생각해?"
유 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올곧게 올려다봤다.
"아니? 넌 그 힘을 본능처럼 다루고 있어. 어떻게 해야 네 무기에 힘이 담기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인괴령이며 동괴령을 퇴마할 수 있는지 같은 거. 하지만 그게 제대로 조절이 안 된다면 어떻게 될 거 같아?"
"조절이 안 되면?"
멈춰 섰던 몸을 천천히 돌려 그를 마주 봤다. 목소리에 담긴 경고. 그게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는 것쯤은 그 자신도 알았다. 제 힘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 가끔은 제 의지를 넘어서는 듯한 감각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 낯선 녀석 앞에서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어쨌다는 건데.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었어."
대답은 퉁명스러웠지만, 심장은 미세하게 다른 박자로 뛰고 있었다. 유 온의 분홍빛 눈동자는 제 모든 허세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는 자신이 본능적으로 힘을 다루고 있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너프건에 힘을 싣는 감각, 영혼의 핵을 꿰뚫는 순간의 직감. 그 모든 것은 가르침이 아닌 체득으로 얻은 것이었다.
"힘이 날 좀먹어? 웃기지 마. 내가 힘을 쓰는 거지, 힘이 날 쓰는 게 아니야."
일부러 더 날을 세워 말했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이 비과학적인 세계에, 정체 모를 운명론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스멀스멀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훈련이 끝나고 기력이 다했을 때,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오르던 감각. 그게 단순히 피로 때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다시 녀석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툇마루 바로 아래, 흙바닥 위에서 그를 올려다봤다. 여전히 손바닥 위에 팔찌를 올려놓고 있는 그 모습이 어쩐지 끈질기게 느껴졌다.
"제대로 설명해. 그 팔찌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데. 네가 말하는 그 '조절'이라는 건 또 뭐고."
결국, 그는 유 온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답이 필요했다. 제 안에 도사리고 있는 이 정체 모를 힘에 대한 답이.
"김아준. 네가 퇴마 일 말고도 본업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진 모르겠어."
유 온은 그를 바라보며 묶어 올린 비녀를 바라봤다.
"그 머리카락, 안 자른지 꽤 됐지?"
천천히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네 머리카락이 이렇게 빛나는데… 인괴령이며 동괴령, 자연귀가 못 느꼈을 거 같아?"
"…뭐?"
제 머리카락.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의 감각이 곤두섰다. 유 온이 천천히 다가와 그의 앞에 섰다. 그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살짝 고개를 든 그의 시선이 제 머리카락에 꽂혀 있었다. 녀석의 분홍빛 눈동자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려 애썼지만, 그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누구도 건드린 적 없는 영역, 심지어 그 자신조차도 의식적으로 외면해 온 부분이었다.
"머리카락이… 어쨌다고."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낮게 깔렸다. 무당의 신신당부, 잘라서는 안 된다는 그 말이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특히 오늘 처음 본 이 녀석에게 들을 줄은 몰랐다. 인괴령이니 동괴령이니 하는 것들이 제 머리카락을 보고 꼬인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심장이 불안하게 쿵쾅거렸다. 녀석이 내민 팔찌와 이 이야기가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는 듯한 불길한 예감.
김아준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제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고 긴 머리칼. 그저 어릴 적부터 들어온 말 때문에 길러왔을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둔 적은 없었다. 하지만 유 온의 말은 이 머리카락이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님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것이 힘의 원천이자 동시에 자신을 위험으로 이끄는 등대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의 시선을 피하며 억지로 말을 뱉었다. 제 힘과 머리카락, 그리고 이 팔찌.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 눈앞에 다가온 기분이었다.
"하늘의 가호… 신이 내린 능력은 조선, 아니? 그 이전부터 전해져왔어. 특히 너도 들어봤겠지만 옛날엔 머리카락조차 신체 일부라며 자르지 못하게 했지. 그리고 그 촘촘한 머리카락은 환경에 따라 쉽게 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즉, 힘도 기운도 다 머리카락을 통해 흘러. 네 머리카락은 네 힘과 동일시되어있어."
유 온은 그에게 다가가 살짝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그 가벼운 접촉에 김아준의 어깨가 움찔했다.
"이걸 자르면… 넌 힘이 사라지고, 잘려 나간 긴 머리카락에 온전히 신이 주신 힘이 담겨 있겠지. 이걸 잘라서 가져가, 흡수하면 인괴령을 비롯한 다른 악귀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 큰 힘이 손에 들어오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