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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봄의원 스탭 구스타브의 건강과 기능의학, 저탄고지 식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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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오답노트]키토시스만 살 빠진다고 누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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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스타프입니다.
수치에 일희일비 하는 우리의 모습

"키토시스만 되면 살이 쭉쭉 빠진다던데..."
"케톤 수치가 잘 안 올라가서 다이어트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케톤수치가 들쭉 날쭉 한데 혹시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키토인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들입니다.(특히 초보분들이 많이 하는 고민이죠! ㅎㅎ)
게다가 요즘 SNS와 유튜브에서 키토제닉 다이어트 혹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으로 효과 봤다는 다이어트 인플루언서 들이 많습니다. 이론이 탄탄(해보이고)하고, 본인의 경험담을 자세히 풀어내는 콘텐츠들은 같은 키토 인으로서 흥미롭고, 유익합니다. 하지만 몇몇 콘텐츠는 마치 키토시스 상태만 되면 마법처럼 우리의 체지방이 녹아내릴 것 같은 착각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살이 빠지는 마법같기도 합니다.ㅎㅎ
키토시스는 마법이 아닙니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봅시다. 정말 키토시스 상태가 체지방 감량의 핵심일까요?
그동안 우리가 케톤 수치에 집착한 것이 오히려 다이어트 성공을 방해한 것은 아닐까요?
(앗!! 그렇다고 오해하시진 마세요, 키토제닉 식단이 다이어트에 방해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케톤 수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키토시스 = 살이 빠지는 상태 인걸까?

키토시스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놀라운 적응 메커니즘입니다. 수천 년 전 우리 조상들은 현대처럼 매일 세 끼 식사를 할 수 없었죠. 때로는 며칠, 때로는 몇 주간 충분한 음식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지방을 분해해 케톤체를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발달시켰습니다.
인류의 먼 조상들은 굶주림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을 잘 활용했습니다

현대의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이러한 자연적인 메커니즘을 활용한 것이죠.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보통 하루 20-50g 이하)하면, 우리 몸은 어쩔 수 없이 지방을 분해해 케톤체를 만들어내는데, 이론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체지방이 더 잘 빠질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 의학저널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에 게재된 흥미로운 연구 하나가 이러한 우리의 상식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A Randomized Trial Comparing a Very Low Carbohydrate Diet and a Calorie-Restricted Low Fat Diet on Body Weight and Cardiovascular Risk Factors in Healthy Women ’
https://academic.oup.com/jcem/article-abstract/88/4/1617/2845298?redirectedFrom=fulltext&login=false
academic.oup.com
연구진은 42명의 비만 여성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6개월간 추적 관찰합니다. 이 중 저탄수 식단을 실천한 그룹에서 놀라운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체중과 체지방은 꾸준히 감소했지만, 저탄수 그룹의 케톤체 수치(β-하이드록시뷰티레이트)가 3개월 차에는 1.10 mmol/L까지 증가했다가, 6개월 차에는 0.5 mmol/L로 떨어졌습니다. 혈중 케톤 수치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낮아졌다는 거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케톤 수치가 낮아졌음에도 체중과 체지방 감량은 계속됐다는 점입니다. 이는 체지방 감량이 반드시 높은 케톤 수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다이어트 많이 해보신 분들은 키토제닉이 아닌 다른 식단할 때도 체지방 감량은 잘 됐었던 경험이 다들 있죠.(배고팠고, 심한 요요가 동반 되었었지만...)
둘째, 우리 몸의 놀라운 적응력입니다. 처음에는 많은 양의 케톤체를 생산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한 만큼만 효율적으로 생산하도록 조절하게 됩니다. 이는 마치 요리사가 초보시절에는 많은 재료를 낭비하다가 점차 숙련되면서 적정량을 사용하게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 몸도 능숙해 지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연구는 우리에게 키토시스는 체지방 감량을 위한 '마법의 상태'가 아니라,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적응 메커니즘"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저도 8년여 동안 직접 키토제닉 식단을 함께 하고, 도움을 드리면서 관찰한 수많은 사례 중에 기억에 남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한 분은 6개월 동안 매일 아침 혈액검사기로 케톤 수치를 거의 종교의식처럼 체크하며 9~10 정도의 높은 수치를 유지하셨습니다. 근데 수치에 너무 집착하셔가지고 식단을 진행 할 수록 식단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체중 감량에 실패하셨습니다. 이분에게 케톤수치가 일종의 '트로피'였던 것 같은데, 트로피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다른 중요 한 것 들을 놓치 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 맘속에 간절히 갖고 싶은 트로피 하나쯤은 있지 않습니까?
반면 다른 분은 특히 수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닫고, 제안해 드린 10시 취침을 훌륭하게 해내신 분입니다. 초반을 제외하고는 평균 적인 케톤 수치는 낮았지만, 안정적인 식단과 생활 환경, 습관 까지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시면서 3달 정도 만에15kg의 감량에 성공하셨습니다. 당연히 체중 뿐 아니라 건강지표 까지 다 좋아지셔서 더 기억에 남는 분입니다.
결국 케톤수치의 높고 낮음이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훌륭한 케이스 라고 생각합니다.
저탄고지로 살이 빠지는‘진짜 이유’와 우리가 저탄고지를‘해야하는 이유’

"그렇다면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으로 살이 잘 빠지는 진짜 이유는 뭘까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몸이 회복되어 가는 겁니다. 호르몬, 소화와 흡수, 식욕 등 저탄수 식단을 하면 자연스럽게 내 몸이 건강한 방향으로 조절되어 간다는 거죠. 이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메커니즘입니다.
먼저, 저탄 혈당과 인슐린의 급격한 변화가 줄어들면서 갑작스러운 허기짐이나 폭식 충동을 크게 감소시킵니다. 또한 지방과 단백질 위주의 식사는 포만감을 더 오래 유지시켜줍니다.
최근 Obesity Reviews 저널에 게재된 메타분석 연구는 이러한 현상을 호르몬의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저탄수 식단을 유지하면 다음과 같은 호르몬 변화가 일어납니다

• 그렐린(식욕 촉진 호르몬) 감소
• 렙틴(포만감 호르몬) 민감도 증가
• GLP-1(포만감 호르몬) 분비 증가

이러한 복합적인 호르몬 변화는 단순히 '배고픔을 참는' 것이 아닌, 실제로
'배고프지 않은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영양적으로 쫒기는 일(?)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감정의 변화가 줄어듭니다. 서서히 건강한 상태로 몸이 회복되는 것이죠. 물론 이 모든 것의 전제는 내 몸을 나쁘게 하는 것(나쁜 식품, 수면부족, 담배나 술, 과로 등)을 스스로 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효과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경험하고 관찰한 바로는, 키토제닉에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케톤 수치가 아니라 '식단 지속력'이었습니다.
‘잘 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참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 다이어트의 성공은 단기간의 극단적인 감량이 아니라, 얼마나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탄수 식단의 진정한 장점은 굳이 억지로 참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효과는 내 몸을 좋게 하는 다른 것들을 시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더 건강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생깁니다. 실제로 몇몇 분은 식단을 시작하면서 하루 5잔 이상씩 마셨던 커피를 오전 1잔으로 줄이신 분도 계시고, 1~2시까지 숏츠를 보면서 잠을 참아왔던 분이 10시에 잠자리에 드시기도 하셨습니다. 평소 전혀 관심 없던 영양제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하는 분들도 많죠. 이것은 실제로 내 몸과 삶에 장기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더구나 염증 지표(CRP)의 개선으로 만성염증의 예방이나 치료, 장내 미생물 환경과 구성(유익균의 다양성과 세균의 볼륨 조절), 케톤대사로 인한 뇌건강과 인지기능 향상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개선시키고, 결과적으로 체중 관리를 더욱 수월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케톤 측정의 불편한 진실

"제가 케톤 측정기로 매일 체크해보는데 수치가 잘 안 올라가요. 근데 이상하게 체중은 꾸준히 줄고 있어요. 뭐가 잘못된 걸까요?"이 질문도 꽤 익숙하지 않나요? ㅎㅎ 사실 아무것도 잘못된 게 없습니다. 오히려 완벽하게 잘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분은 걱정을 하고 계실까요? 바로 '케톤 수치 집착증후군' 때문입니다.
케톤 측정의 가장 큰 문제는 측정값의 신뢰성입니다. 놀랍게도 측정기를 발명한 사람조차 이 점을 인정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체중에 이어 혈당, 그리고 케톤 측정에 대한 맹신, 이것이 현대 다이어터들의 새로운 강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케톤 측정의 한계점을 지적해왔습니다. 일반적인 케톤 측정의 문제점들을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1. 측정 방식별 차이
혈중 케톤: 가장 정확하지만, 고비용과 채혈의 불편함
소변 케톤: 저렴하지만, 과거의 케톤 생성 상태를 반영
호흡 케톤: 간편하나, 환경요인에 따라 큰 오차 발생
*참고로 정확도 측면으로 보면 그나마 혈액(오차범위 ±15%) > 소변(제 수치와 최대 40% 차이, 6주 정도만 의미 있음) > 호흡(환경요인에 따라 최대 50% 오차) 순입니다.
키토제닉 초기에 찐보라색 부심(?)이 있던 분들이 꽤있었습니다 ㅎㅎ
2. 일중 변동성
아침, 점심, 저녁, 운동 전 후 등 측정 시점에 따라 같은 사람도 크게 다른 수치를 보일 수 있습니다. Stanford 대학교 에서 발표한 "일중 케톤 변동성 연구"에서는 25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24시간 연속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동일인의 케톤 수치가 하루 동안에도 여러가지 요소들에 의해 크게 변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냈습니다. 케톤 수치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면 상태: 아침 기상 직후 최대 50% 변동
운동: 운동 직후 최대 200% 상승
스트레스: 급성 스트레스 시 최대 100% 감소
식사 시간: 식후 2-3시간 최대 150% 변동
3.개인차이
같은 식단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케톤 생성 능력이 다릅니다. 유전적 요인, 대사적 적응력, 운동량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죠. 앞서 소개한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의 42명의 연구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이 보내는 진짜 신호는 무엇일까요?".
내 몸이 보내는 긍정적인 신호를 읽을 수 있다는 것

케톤수치의 의미가 우리가 생각 하는 것보다 의미가 적다면, 어떤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좋을 까요? 제가 생각 하는 몸이 보내는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케톤 대사의 긍정적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연스러운 포만감
배고픔과 먹고 싶음이 구분이 가는지
식사 후 적절한 포만감이 느껴지는지
식사와 식사 사이에 심한 허기짐이 사라지거나, 간식 욕구가 감소
2.안정적인 에너지 레벨
기상 시 컨디션(상쾌함의 정도, 더 자고싶은 욕구)
오후 시간대 졸림 감소
일상적인 활동에 충분한 에너지
충분한 집중력 지속시간(브레인 포그 사라짐)
3. 신체적 변화
옷이 헐렁해지는 느낌
옷맵시 변화: 허리둘레, 체형 변화
신체 균형감: 자세와 움직임의 안정성
4. 혈액검사 수치의 개선
혈당 수치 안정화(공복혈당, 당화 혈색소)
염증 지표 감소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저탄수 식단이 이러한 요소들 대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키토시스 상태' 때문이 아닙니다. '키토 안해도 살이 빠질 수 있는 상태를 잘 만든 사람은 잘 빠집니다.'라는 말처럼 키토시스에 대한 과도한 포장은 키토 다루는 유튜버들이 만들어낸 신기루와 같은 것 입니다. 본인한테 맞는 키토제닉 식단을 잘 찾아보고, 실행하다보면 느리던 빠르던 자연스럽게 위의 신호들이 찾아옵니다.하지만 개인이 욕망하는 속도나 정도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조급하게 중단해버리거나 왜곡하는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케톤수치와 키토시스에 대한 집착도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끝으로 제안하고 싶은 키토제닉 식단에 대한 접근 방식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수치보다는 변화에 집중하세요.
매일 아침 체중계나 혈당-케톤 측정기가 아니라,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컨디션이나 몸 혹은 옷맵시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게 좋습니다. 이러한 습관은 수치의 기록보다 덜 파괴적이고 강박적이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건강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여자는 특히 '거울 왜곡'에 주의하세요
둘째, 자신만의 적정선을 찾으세요.
똑같은 저탄수 식단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하루 50g의 탄수화물이 적당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100g이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다른사람의 경험담을 참고하는 것이 나쁜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활패턴과 컨디션에 맞는 지속가능한 수준을 찾는 것입니다.(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셋째, 전반적인 생활의 균형을 살피세요.
제가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강제했지만, 체중 감량은 단순한 식이요법의 문제가 아닙니다. 규칙적인 식사 패턴,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가 모두 중요한 요소입니다.
건강의 4+1 요소를 한번에 신경써야 합니다.
이번에도 잔소리만 잔뜩 늘어놨네요ㅎㅎ, 여러분의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키토제닉 식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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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란시간
수치보단 변화에 집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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