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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연민

저자
마사 누스바움
평가
⭐⭐⭐
완독일
06/10/2024
분류
  1. 비문학
Created by
  • Jun
과거 「혐오와 수치심」 저작에서도 느꼈지만, 나는 누스바움이 정말 성실한 학자라고 생각한다. 어느 하나의 개념(주로 감정)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 그 계보를 여러 저작과 (사회)현상들을 거치며 꼼꼼하게 분석한다. 존경할 부분이다.
급진적이지 않기에 현실적이고, 현실적이기에 고개만 끄덕이게 될 뿐이다. 그의 온건함에 대해 독자 간 (옳고 그름보다도 읽는 재미의 관점에서) 호불호가 심할 것 같다. 나는 그저 그랬다. 그의 말엔 거부 혹은 배척할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가 제안하는 제도는, 본인도 그 기원에 대해 설명하듯, 목적은 다르지만 한국의 징병제와 닮았다. '훈련소에서도 그랬는데, 예비군을 갈 때마다 별에 별 사람들을 다 본다'며 다양성의 장(場)으로서의 군대에 대한 경험을 친구들과 이야기하곤 한다. 그의 제안처럼 '다양성의 체험'을 위한 의무복무 제도는 어느 정도 유효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군대와 같은 유사한 공간(제도)을 보면, 비윤리적 욕망들이 종종 발현되기도 한다. 이처럼 제도가 실제 전개됐을 때 그가 추구하는 (아마도 올바른) '공동의 목표'가 왜곡될 가능성은 없을지, 그리고 그 제도 속에서 친밀성은 어떻게 생겨날 수 있는지 그가 수행한 다른 감정들만큼의 집요한 분석이 있었다면… 다른 저작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고 있을런지.
책 제목을 왜 이렇게 의역했는지 모르겠다. 책 전체 내용을 전혀 관통하지 못하는 것 같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을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섯 가지 영역이 있다. 시와 음악을 비롯한 예술, (교육 기관이나 다양한 토론 집단의) 비판적 사고, 타인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실천하는 종교 단체, 폭력을 지양하고 대화로 정의를 추구하는 연대 단체, 그리고 (그런 단체들과 깊은 관련이 있는) 정의에 대한 이론가들이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대부분 킹을 따랐지만 말콤 엑스의 방침을 따르는 부분도 있었으며 이는 화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성 운동 역시 다른 페미니스트들을 악으로 묘사하며 발언 기회를 부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성애 인권 운동은 증오의 시기를 거치기도 했지만 한결같이 증오보다 사랑을 외치는 목소리가 본보기가 되었다. 올란도 대학살 이후 수백 명의 게이와 레즈비언, 그들의 친구들과 지지자들이 사망자들을 기리기 위해 거리에 나와 사랑을 찬양하고, 사랑이 증오보다 훨씬 강력함을 보여주었던 것은 집단의 힘이 희망의 버팀목이 된 생생한 예다.

사람들이 인종과 계급의 차이를 넘어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집단을 초월하는 공동의 목표를 생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나는 청년들의 공공업무 의무복무 제도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제도의 핵심은 청년들이 국민의 다양성을 체험하는 것이다. ... 낙인은 보통 친밀한 접촉의 부재로 발생한다. 게이와 레즈비언에 대한 낙인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젊은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급속히 줄어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