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타 사야카, 라는 작가를 처음 접한 건 「편의점 인간」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다. 아주 오래 전, 1쇄 출판 때 읽은 터라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읽고 난 후의 씁쓸함과 허무함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총체성'과 '정체성'이 화두인 현대에, 불화하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고, 당연하게도 호소력 있는 서사였다.

「편의점 인간」이 일인칭 서사의 유행과 함께 했다면, 이번에 읽게 된 「신앙」은 그의 상상력이 보다 돋보이는 작품이다. 본 책의 단편 모든 작품이 그러했다. 그의 상상력-재능이라고 해야할까-을 본받고 싶다.

그의 작품들 전반을 관통하는 정체성의 문제를 호소하는 데에 있어, 그의 상상력에서 (개인적으로 치밀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인칭주의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본다. 이러한 점에서 김기태와 다소 닮았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여동생이 한 말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의 현실은 사이비 종교라는 말. 정말 그런 걸까. 듣고 보니 내 모습이 정수기나 천동설 테라피를 권유하는 인간의 모습과 어디가 다른지 알 수 없었다. 완전히 자신감을 잃은 나는 오랜만에 만난 아사미와 동창들의 가치관에 종속되기도 했다. 원가보다 훨씬 비싼 옷을 입고, 원가의 열 배는 되는 커피를 마시고, 원가보다 스무 배나 비싼 고급 과자를 사들고 아사미네 집에서 하는 다과회에 얼굴을 비추고, 콧구멍 화이트닝까지 받았다. 하지만 왜 이런 것에 이렇게까지 돈을 쓰는 걸까, 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들 원가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돈을 내잖아. 그걸 사랑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환상을 공유해. 나도 그쪽으로 가고 싶어. 흉내라도 내보고 싶어서 동창들이 하는 콧구멍 화이트닝까지 해봤는데 잘 안됐어. 속지를 않아. 속는 재능이 없는 거야.

- 무라타 사야카, 「신앙」中

나는 '다양성'이라는 말을 거의 입에 담지 않는다. 아마도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스스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리라. 그 말을 써서 기분이 좋아지는 게 두려워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주 어리석어서, 그처럼 왠지 모르게 좋아 보이고 기분 좋은 무언가에 금세 집어삼켜지고 만다. 때문에 '내게 기분 좋은 다양성'이 무섭다. '내게 기분 나쁜 다양성'이 무엇인지 내 안에서 명확하게 언어화되어 알게 될 때까지, 그 말을 쓰며 쾌락에 빠지는 것이 무섭다. 그리고 내게 불리하고 절망적으로 기분이 나쁜 '다양성'에 대한 생각이 명확해질 때까지는 그 말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다.

- 무라타 사야카, 「기분 좋음이라는 죄」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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