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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저자
윌리엄 버로스
평가
⭐⭐
완독일
09/08/2024
분류
  1. 영미문학
Created by
  • Jun
루카 구아다니노가 윌리엄 버로스의 「퀴어」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영화를 보기 전 원작을 읽어보고 싶었다.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지루했다. 그래서인지 구아다니노 감독이 영화로 얼마나 맛깔나게 연출해낼지 궁금하다.
미국에는 검둥이 음부를 세고 있는 남부의 법 집행관이 있듯이, 나라마다 그곳만의 똥싸개가 있다. 남을 업신여기는 멕시코 마초는 절대적인 추악함에 있어서 확실히 멕시코 특유의 똥사개로 여길 만하다. 그리고 이제 멕시코 중산층 대다수는 세상 어느 부르주아 못지않게 끔찍해지고 있다.

적절한 섹스 상대를 찾는 리의 탐색은 기묘하게 계획적이며 섹스와 관련이 없어 보인다. 리는 결국 실패할 대상들만 모아서 목록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이 후보 저 후보를 전전한다. 아주 깊은 단계에서는 리 스스로도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정말로 바라는 것은 성적 접촉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어떤 일이라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리가 바라는 바는 만남 혹은 인정이다. 비현실적인 아지랑이에서 나타나서 앨러턴의 의식에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남기는 광자 같은 것을 바란다. 적절한 관찰자를 발견하는 데 실패한 리는 관찰되지 못한 광자처럼 아프게 분열될까 괴로워한다.
미국인 대다수는 무례했다. 예의 자체에 아예 무지하여 생신 무례였으며, 사회의 목적에서 보자면 사람이란 모두 거기서 거기며 누구라도 누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무례였다.

무어가 스페인어를 못해서 무능해 보이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외국에 있는 어린 소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무어는 내면의 거울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다정한 흔적은 없는 미소, 그러나 냉정하지는 않은 미소. 일보도궁의 의미 없는 미소, 자기애라는 고독한 유폐 속에서만 감동을 느끼며 늙어가는 남자의 미소.

리는 고상한 구세계 인사법으로 고개 숙여 절하려고 앨러턴 옆에 섰다. 그러나 대신 벌거벗은 욕망에서 나온, 불행한 육신에 대한 고통과 증오로 뒤틀린 추파가 흘러나왔으며, 그와 동시에, 놀랄 만큼 그 시각과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토막나고 절망적인 다정한 아이의 미소처럼 애정과 신뢰를 담은 미소가 이중으로 흘러나왔다.

리는 가느다란 손가락과 아름다운 보랏빛 눈, 소년 같은 얼굴에 떠오른 열띤 표정을 지켜보았다. 상상의 손가락 끝으로 앨러턴의 귀를 어루만지고, 유령의 엄지손가락으로 앨러턴의 눈썹을 쓰다듬다가 앨러턴의 머리카락을 얼굴 뒤로 쓸어 넘겼다. 그 상상의 손길이 어찌나 강했던지 앨러턴도 분명 느낄 것만 같았다. 이제 리의 손길은 가슴을 타고 배로 내려갔다. 리의 가슴 깊은 곳이 욕망으로 꽉 메었다. 입이 살짝 벌어졌다. 허우적대다가 으르렁 거리는 동물처럼 리는 이를 드러냈다. 혀로 입술을 적셨다.
리는 좌절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욕망의 한계를 새장의 철장처럼, 목줄과 쇠사슬처럼 느껴왔다. 더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쇠사슬과 단단한 철창을 수많은 세월 동안 경험하면서 동물적으로 학습된 한계였다. 리는 한 번도 순순히 체념한 적이 없었다. 보이지 않는 철창 사이로 밖을 내다보며, 간수가 잠그는 일을 잊기를, 목줄이 해어지기를, 철창이 늑슨해지기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기다렸다. 단념도 없이 승낙도 없이 고통받아 왔다.

... 내 짐을 자랑스럽게 견디고 살면서 지식과 성실과 사랑으로 편견과 무지와 증오를 극복할 의무가 나에게 있다고 가르친 사람은 보보라는 현명하고 늙은 호모였어. ... 적대적인 존재에게 위협을 받으면 언제라도 사랑이라는 두꺼운 구름을 발산해야 해. 먹물을 뿜는 문어처럼.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난 같이 지내기에 까다로운 사람이 아냐. 서로 만족스럽게 약속을 할 수 있을 거야. 너한테 손해일 건 없잖아?"
"자주성이 손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