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작가가 요즘 '핫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일을 시작하면서 담쌓고 살았던 한국 문학을, 최근 짬을 내면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요즘의 인기 작가, 김기태였다.
내가 한창 한국 문학을 열심히 읽을 때의 유행은 퀴어나 페미니즘이었고, 그 서사와 문체에 익숙한 나머지 김기태의 글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헤테로성에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아주 오래 전 읽었던 장류진 작가의 「일의 슬픔과 기쁨」스러운 어떤 공허함의 정동이 좋았다. 방향성도 목표도 불분명한 행동들과, 그저 좋다고 읊조리는 자기 감정 고백. 하루키식 소소함에 대한 현대인의 강박이 이런 고백들과 합이 잘 맞지 않았을까.
... 미래는 여전히 갇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 보일러를 아껴 트는 겨울. 설거지를 하고 식탁을 닦는 서로의 등을 보면 봄날의 교무실이 떠올랐다. 어떤 예언은 엉뚱한 형태로 전해지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실현되는 것일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