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신성한 행위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며, 사람의 생명은 하나같이 고귀하다는 말은 정치적 레토릭이거나 환상이거나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당위일 뿐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니, 오히려 정반대다. 노동의 강도가 세고 위험할수록 현장은 더럽고 아슬아슬하며, 직업은 그 숫자만큼이나 귀천에 차이가 있다.
생명도 직업에 따라 다른 값이 매겨진다. 민사재판에서 판사의 주된 일 중 하나는 생명이나 신체에 값을 매기는 일이다. 사람이 누군가의 잘못으로 죽거나 다쳐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되면, 법원은 신체감정을 통해 노동능력을 얼마나 상실했는지, 그 사람의 월수입이 얼마인지를 조사하고, 정신적 고통까지 계량한 다음 몸값이나 목숨값을 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