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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서평 / 책 리뷰

읽은 책 후기 및 줄거리 / 감상 정리
『노인과 바다』 독후감 | 끝없는 싸움과 명예에 대한 이야기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단순한 바다에서의 사투를 그린 소설이 아니다. 이는 인간이 삶에서 맞닥뜨리는 싸움, 명예,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쇠퇴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노인의 혼잣말이 많아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특히, 상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바다가 잔잔하고 이야기도 조용히 흘러가서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잔잔함은 마치 폭풍 전야처럼, 이후 펼쳐질 처절한 싸움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노인은 작은 배로 멕시코 만류에서 홀로 고기를 잡는 어부였다. 그런데 팔십 사일 동안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노인은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다. 모두가 그를 "운이 다한 늙은 어부"라고 여겼지만, 그는 다시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결국 거대한 청새치를 낚는다. 하지만 이 승리는 온전히 그에게 남겨지지 않는다. 상어들이 나타나 청새치를 갉아먹으며, 노인의 사투는 결국 무너진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앙상한 뼈뿐. 하지만 이 싸움은 무의미했을까? 헤밍웨이는 그 싸움이 헛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때로는 그것이 끝내 허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노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웠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온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싸웠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노인의 모습은 우리 삶과 닮아있다. 이 소설이 헤밍웨이가 마지막으로 쓴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노인은 어쩌면 헤밍웨이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때 문학계를 주름잡았던 그 역시 점점 젊은 작가들에게 밀려나고 있었다. 노인이 청새치를 잡아도 상어들에게 빼앗겼듯, 헤밍웨이 역시 자신의 문학적 성취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너는 단지 살기 위해서, 먹거리로 팔기 위해서 고기를 죽인 게 아니야. 노인은 생각했다. 어부로서 긍지를 가지고 죽인 거야. 너는 고기가 살아있을 때도 사랑했고 죽은 다음에도 사랑했어. 네가 녀석을 사랑한다면 녀석을 죽인 게 죄는 아니야. 아냐, 더 죄가 된다고 해야 하나? 노인이 상어와 싸우면서 "이래도 되는가?" 고민했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그는 상어를 젊은 세대, 새로운 경쟁자로 보았을 수도 있다. 이들과의 경쟁이 때때로 잔혹하게 느껴질지라도, 결국 인간은 그런 싸움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록 패배할지라도, 싸웠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 소설에서 마놀린과 노인의 관계는 세대 간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마놀린이 노인을 따르고 존경하지만, 마지막에는 노인이 마놀린의 도움을 받게 된다. 보호하던 자가 보호받는 자가 되는 이 전환은 인생의 섭리를 상징하는 듯하다. 마놀린의 이름이 '마노(상어) + 린(빛나다)'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이는 그가 한편으로는 새로운 세대의 상징이면서도, 여전히 노인을 존경하고 그 명예를 빛내는 존재라는 점을 시사한다. 노인은 결국 마놀린에게 자신의 경험과 가치를 남긴 채 조용히 잠든다. 그리고 마놀린은 노인이 남긴 유산을 이어갈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그 싸움이 결국 허망하게 끝날지라도, 싸운다는 사실만으로 의미가 있는가? 노인은 청새치를 빼앗겼지만, 그는 결코 패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바다로 나아갔고, 끝까지 싸웠으며, 돌아와서도 그의 명예를 잃지 않았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바다로 나아가, 크고 작은 청새치를 낚고, 상어와 싸우며, 때로는 빈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 아닐까?
  • 보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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