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손님과 연어 오차즈케
연어 오차즈케 먹으면서 읽었어요. 제목에 같이 붙이니까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같은 느낌이나서 넣어봤답니다. TMI 대발사! 그해, 여름 손님은 영화로 까지 제작되었던 책이라서 꽤 기대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문장이 정신 없어서 읽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 기대보다 재미가 반감되었습니다... 오늘 먹은 오차즈케랑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맑고 반짝이는 수색에 김과 간단한 토핑, 그리고 명란이나 우메보시 같은 포인트를 얹은 하얀 밥... 저게 그냥 물밥과 다른게 뭘까, 국에 밥을 마는 것과 비슷할까?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5가지 맛을 구매했고, 제품 생산처에서 맛을 5가지나 구분한 보람도 없이 5가지 맛은 다 거의 비슷한 맛이 났습니다. 어쩌면 그해, 여름 손님으로 오갔던 수 많은 사람들도 화자에게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첫 기대와 약간의 인상 차이는 있지만 결국 다 비슷비슷해지고 말아요. 화자는 이번에 받게 된 여름 손님도 그러겠거니... 하고서 그의 짐을 들어주고 평소와 같이 응대를 해줍니다. 저는 화자의 '평소와 같은 응대'가 약간 자학적인 구석이 있다고 느꼈어요. 자신의 공간을 남에게 내어주고, 여러 귀찮은 시중을 들어주고, 안내인처럼 요구에 따라 안내를 하면서도 여름 손님들이 좋아할만한 내용들을 제안해줍니다. 상대방이 기뻐하길 바라면서요. 어딘가 '사랑'이 고픈 사람 같이 느껴졌죠. 이 태도는 그의 가족들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내려온 것 같이 느껴졌어요. 할아버지 방이 비어있다면 거길 손님에게 내어줘도 될 텐데, 굳이 화자의 방을 내어주고 화자는 할아버지의 방을 쓰죠. 이건 화자를 그렇게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어쩌면 화자가 손님들의 마음에 들길 바라며 어쩐지 손님들에게 뭔가를 '기대' 하는 태도가 되게 만든 계기일지도 모르겠어요. 화자의 공간과 시간을 모두 남에게 쏟으면서 오로지 그들의 반응으로만 자신의 안위를 취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런 자학적인 구석이 여름 손님, 올리버의 시선을 끈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손님의 '나중에' 한마디에 이렇게까지 격렬한 독백을 반복 했다면 분명 화자의 얼굴에도 티가 엄청나게 났겠죠?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비슷한 독백과 감정이 반복될수록 어딘가 어긋난 짝사랑같은 구석이 있어서 갑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이후로 부터는 약간, '그들만의 세계'에요. 화자의 입장에서 독백을 하는데 어쩐지 저는 덩그러니 떨어진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글을 읽기가 매우 불편했어요. 순살 연어라고 해서 얹은 연어에서 나온 가시가 목구멍을 턱하고 쑤신 것처럼 문장을 하나 하나 삼킬때마다 걸리는 느낌... ... 그냥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연어 오차즈케도 그해, 여름 손님도. 그래도 다 읽었어요...
- 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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