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판 모르는 언어로 된 노래가사 번역해보기 (feat. 문명 7)
어젯밤 The Game Awards 2024가 열렸습니다. 일을 하며 옆에 게임쇼를 틀고 있던 제가 한순간 멍하게 볼 수 밖에 없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인 '문명 시리즈'의 최신작인 '문명 7'의 테마곡이 발표된 것이었어요. 그것도 라이브로. 이번 문명 신작의 테마곡도 Christopher Tin이 참여했습니다. 이 양반은 정말 특이한 음악가 중 하나인데요. 정말 생전에 들어보지도 못한 외국어에서 비롯된 다양한 문학적 결과물들을 차용하고, 여기에 영감을 받아서 곡을 만듭니다. 스와힐리어의 주기도문을 따와서 곡을 만든 'Baba yetu'는 이제 너무 유명한 곡이 되었죠. 그 말고도 성경과 루바이야트, 인디언 기우제의 기도문과, 몽골의 고대 문헌,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존 F 케네디의 연설문까지 종횡무진하면서 다양한 언어로 곡을 씁니다. 그리고 엘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코드로 그 노래들을 묶어내죠. 특히 'Calling All Dawns'와 'Drop that Contained the Sea'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엘범입니다. 좋아하는 음악가 자랑을 했으니... 이제 발표된 곡을 유튜브에서 감상하면서 발견한 점에 주목해봅시다. 발표한 곡의 가사가 모두 고대 언어를 사용 : 고대 그리스어, 고대 영어, 키체 마야어, 산스크리트어 발표된 곡의 가사의 모든 부분이 특정한 서사시와 작품을 출처로 함 : 일리아드, 베오울프, 포폴 부흐, 라마나야 소수언어도 있으며 오래된 언어이기에, DeepL과 같은 번역기로는 번역이 불가능하거나 정확도면에서 어려움. 영문 번역이 있지만, 영어 화자의 정서를 바로 느끼기 어려움 그렇다면 이걸 GPT에게 번역을 맡겨보면 어떨까요? 번역과 작사를 함께하기 인간 번역사의 입장에서, 번역과 작사는 함께 나란히 서기 너무 어렵습니다. 저도 학부 때 번역을 했지만, 연습했던 수업과 자료들 중에서는 문학작품 번역이 가장 까다로웠습니다. 정서를 만족해야하면서도, 운율이 있고 가사가 있다면 음운과 음절을 신경쓰면서 번역어를 고려해야 하죠. 랩과 같은 특정한 모음이나, 라자즈나 까사드와 같은 구조 자체가 정해진 정형시, 하이쿠와 같이 자연을 매개로 하는 시어가 필수적이라면 그 조건은 더더욱 까다로워집니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고도 도착어 화자에게 어색하면 버려지는 번역이 되지요. 이제 이걸 GPT o1에게 한 번 맡겨봅시다. 다행히 Christopher Tin의 공식 유튜브 영상에서 노래 가사를 영문으로 번역한 것을 병기한 텍스트가 있었습니다.
- Two_Ja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