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것
2024년. 일만 하고 연구하고 억지로 안읽히는 논문보고, 그러다 어거지로 방법을 찾아서 삽질하고, 삽질한 것으로 집으로 돌아와 새벽까지 지새우고, 그러고 반복. 경험. 경험. 또 나은 경험. 그렇게 살다가보니깐 누군가의 눈에 띄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더 깊은 경험으로 초대받고, 그러고 또 누적되는 경험. 경험의 희귀도나 깊이와 넓이는 저마다 어느정도 달라도, 이런 시퀸스로 살아온 것 같다. 지금은. 약간 버겁다. 버거워도 도망가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되려 맞서고 싶고, 물러서지 않고 싶다. '너는 안될거야'라는 목소리가 들리면 '네가 뭔데'하고 들이받는다. 그러고 또 쌓이는 경험. 2024년을 그렇게 정리했다. 정리하고 보니, 주위에서 사람들이 생겼다. 사람들이 어디서 내 이름을 들어봤다고 한다. 난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난 내 앞의 문제만 열심히 보고, 드릴링한 것 밖에 없다. 반복적으로 하다가 보니, 더 잘하는 것처럼 비춰지나보다. 난 아직 정말 진심으로 부족한데. 그렇게 사람이 모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다보니, 지나가는 교차점이 되기도 하고, 되려 내가 누구를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이젠 작게나마 어떤 컨텐츠를 만들고 모일 구실을 찾고있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주위에 오고, 더 나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겠지. 그리고, 처음의 반복. 경험. 경험. 사람. 그리고 경험. 반복. 모인 사람들과 더 큰 문제를 같이 풀고. 그리고 같이 경험을 쌓고. 또 반복. 이런 사이클을 얼마나 타야할까? 그렇게 몇 년을 하다가 보면, 이제야 처음 문을 여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직군도 어느정도 우리가 해온 것으로 인정받고, 그 경계를 확고히 그릴 수 있었으면 하는 자그마한 내 꿈에, 또 자그마한 획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래도 될까, 싶었다. 반복만 하면 될까. 그러면 경험과 사람은 쌓이고, 확장하고, 그러면 그 꿈에 닿을 수 있을거니. 그러면 그 다음은 어떻게 살까? 무얼 목표로 두고 살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너머를 보아야하나? 다른 산을 찾아야 하나? 이 우물을 다 팠으니, 다른 곳으로 가서 우물을 파야할까? 아니면 더 깊게 파던 우물을 파야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내년의 버킷리스트를 생각해보기 전에 펜을 멈추었다. "궁극적으로 무얼 위해 이걸 하고 있나? 잘 산다는 건 뭐지?" 사실 그러던 참에 오늘 저녁에 이걸 우연히 봤다. 댓글에 있는 한 마디에 머리가 멍했고 눈물이 났다. "난 한 잔의 샴페인을 한 방울이라도 흘릴까 겁먹고 살아왔는데", 막상 마지막 순간 그게 중요할까? 너무 조심하지 않았니? "그러게요. 사실 던지지 말란 법도 없는데, 앞으로 던지지는 않겠지만, 가끔은 일부러 쏟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보다 이 땅 위에서 우리의 삶은, 그리 길지 않을 수도, 마지막이 성큼 다가올 수도 있으니.
- Two_Ja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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