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 요즘생각
1. 이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뿌듯하면서도,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뿌듯하다는 것은,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감사함이 먼저였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저 조차도 어딘가에서 취직을 하여, 실제로 제품을 만드는 '인하우스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고민했습니다. 반은 비전으로, 나머지 반은 오기로 시작한 직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얼마나 갈 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습니다. 대개는 '이 다음에 어떤 일을 하지? 재취직은 가능할까?'라는 생각으로 수렴되었죠. 그런 의심을 잠재우고, 특별한 가시적인 성과가 생긴 것 같아서, 또 그 성과를 제 자신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군에 몸담거나 관심있으신 분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고마울 뿐입니다. 복잡하다는 것은 취업을 선택하면서 비중이 줄어들거나, 거절해야만 하는 외주와 프로젝트, 선택지도 생겼다는 점입니다. 마음은 원하지만, 내키지도 않는 거절메일들을 쓸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단단하게 안정적으로 살아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많을 것이고, '정말 연이라면 언제든 만나서 같이 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그 힘듬과 복잡한 생각들을 삼킬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감사하고 다행인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장의 인식도 넓어진 만큼,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필요하고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점입니다. 이러한 분들과 소통을 하고, 실제로 외주를 맡아보면서, "내가 헛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지나오며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LLM으로 무엇을 만들고, 할 수 있고, 가치있는 것을 생산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저와 같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들이 자신있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많은 '돕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에 저를 도왔던 분들과 비교하면 이 분들의 도움은 달랐습니다. 이 분들의 도움, 더 구체적으로는 인정과 리스펙트는 그 분들이 원하는 자리에서 짊어지며 얻어가는 것들이었습니다. 힘들었던 시간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는 깎이고 다듬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둥글어진 자리에 타인의 마음이 들어오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다만 자만하지는 않아야함을 느낍니다. 이리저리 일을 하면서, 최근 기술 스텍에 대해서 많이 쌓지 못했습니다. 일을 하다보니 동료가 나보다 압도적인 우월함을 자랑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누군가는 문제정의에, 누군가는 사업에, 누군가는 내가 LLM으로 닿을 수도 없는 지식과 시각에서 내려보며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걸 알곤 합니다. 협력이란 걸 이래서 하는구나라고 프리랜서여서 혼자가 편했던 저를 굽히고 꼬며 두들기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항상 평온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나고 나면 또 싫지는 않고, 문제가 있다면 약간 조금 덜 어울려 산 제 문제겠거니 합니다. 자만하지는 않되, 새롭게 시작하는 자리에서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군의 앞서 달려나가는 기수 중 한 명으로, 잘 열심히 보여주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2. "그래서 요즘 무슨 일을 하길래 글도 없느냐?" 라면, 바빴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일 있는 걸 쳐내고, 그 와중에 해보고 싶은 건 시간을 쪼개면서 하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2월에는 전형을 썼던 기업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12월부터 면접보던, 그 회사가 맞습니다. 타의에 의해서 마시는 고배는 더욱 쓰립니다. 한 몇 일은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꼴을 당하나 자책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면 남는 게 없을 것 같아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일희일비해서 내내 매달리면 이런 일도 겪고 하는데, 한 번 심각하게 안좋은 것을 맛보았으니 이보다 더 미친 짓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요. 뭐, 그렇긴 합니다. 먹고사는 건 많이 어려워지고, 위험한 때도 있었지만. 어떻게 지금까지 잘 살아 있네요. 그렇다고 제가 그 회사를 용서하거나 잊었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지금은 크고 작은 외주/사이드 프로젝트를 3개를 굴립니다. 2건은 진행 중, 1건은 검토 단계입니다. 따로 잔잔한 일도 들어오기도 하구요. 바쁘고 쳐지고 힘들지만, 어떻게든 해내보려고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2-3월을 문자 그대로 '버텼기에' 지금의 기회들도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나 되돌아보며 생각합니다. 3. 기술 생태계는 좀 더 빠르게 굴러가는 것 같습니다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두드러진 특징도 보입니다. 아래는 최근에 메모한 잡생각을 올려봅니다. LLM은 이제 친숙해졌습니다. 유료로 결제를 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이제 조금 더 익숙한 질문이 되었습니다. 과연 300 달러가 가치있는 소비냐라고 묻는 것이라면, 일단 돈을 내고 소비할 준비 자체는 되어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LLM이 과연 쓸모있느냐는 이제 그렇다고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고, 이제 '더 뛰어난 지능과 결과물을 위해 돈을 쓸 수 있다'라는 쪽으로 그 흐름이 거의 넘어오는 듯 합니다. Agent는 이제 식상한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Agent는 두 가지 직군에서 크게 관심을 보인 키워드였기 때문입니다. 개발자와 사업직군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한 쪽은 기술적인 발전과 설계, 구현에 열광하고, 사업직군은 '이를 어떻게 팔아먹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집니다. 대중은 사실 이 영역에서 빠져있지요. 그렇기에 많은 플랫폼에서 Agent는 다른 이름으로 한 번 감싸서 이해하기 쉬운 활용처로 포장되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Agent 이외의 다른 이름과 다른 키워드를 붙이며, 특화된 활동만을 제공하는 패키지에 가깝습니다. MCP는 이전의 유행어들과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우선 이 키워드는 개발자를 위한 키워드가 맞습니다. 프로토콜이란게 원래 그렇죠. 우린 밥먹듯 크롬 브라우저로 인터넷을 쓰면서 HTTP 프로토콜이 어떤 구조로 통신을 주고 받는지 모릅니다. 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직접 구현을 해보았거나, RFC를 읽어보았거나, 아니면 WireShark같은 프로그램으로 자기 컴퓨터를 들락날락하는 통신을 뒤집어 까본 사람이라는 것이겠죠. 그런 것을 생각하면 MCP의 유행은 좀 유별나긴 합니다. 개발자는 물론이고, 인플루언서, 조금은 관심있을 만한 비개발자들도 달라붙고 있습니다. 키워드에 유행을 타는 일은 언제나 있어왔지만, 이전과는 그 양상이 다릅니다. 중요한 차이점은 비개발자도 간단하게 참여해서 Smithery에 있는 MCP 서버를 긁어와서 사용해볼 수 있는, 참여가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 Two_Ja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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