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것이 많아진 교실에서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 요즘 나는 수업에서 많은 것을 덜어 내고 있다. 몇 년 전, 캔바라는 도구를 처음 접하고 학생들에게 발표 슬라이드를 만들어 보게 했다. 학생들은 금세 사용법을 익혔다. 어울리는 사진을 찾고 글꼴과 색을 고르며 제법 근사한 슬라이드를 완성했다. 그런데 막상 발표가 시작되자 조금 다른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그 내용을 선택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거나, 화면을 읽는 데 집중하느라 청중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남은 결과물은 이전보다 보기 좋아졌지만, 학생들이 발표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는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그 뒤로 캔바를 활용한 발표 수업의 순서를 조금씩 바꾸었다. 먼저 발표할 내용을 고른 이유와 전달하고 싶은 핵심을 정리하게 했다. 슬라이드 제작에 쓰는 시간은 줄이고, 실제로 말해 보거나 친구의 의견을 듣고 발표를 고치는 시간을 늘렸다. 지금은 학생들이 캔바를 여는 시간이 예전보다 조금 늦어졌다. 돌이켜 보면 그때 줄인 것은 도구가 수업에서 차지하던 시간과 관심의 몫이었다. 화면을 꾸미는 시간이 줄어든 자리에는 학생이 자기 생각을 고르고, 말로 표현하고, 다시 고쳐 보는 시간이 들어왔다. 도구를 얼마나 능숙하게 사용하는지만큼이나 도구를 언제, 어느 정도 사용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캔바를 처음 활용했던 수업을 실패한 수업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이 새로운 도구를 익히고 결과물을 완성한 경험에도 의미가 있었다. 또한 그때 보았던 학생들의 모습은 발표 수업을 계획하는데 있어서 활동의 목표와 시간 배분, 도구의 활용 방안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경험 이후 수업을 준비할 때면 활동을 얼마나 많이 넣을지보다 시간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먼저 살피게 된다. 교사의 설명이 길어지면 학생이 질문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해 볼 시간이 줄어든다. 활동이 많아지면 정해진 절차를 따라가느라 그 활동을 왜 하는지 놓치기도 한다. 디지털 도구를 다루고 결과물을 완성하는 데 마음이 쏠리면 학생이 어떤 생각과 판단을 거쳤는지 살피기 어려워진다. 수업 시간은 정해져 있으므로 무언가를 더하는 순간, 다른 무언가는 자연스럽게 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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