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보다 먼저 필요한 것, 틀려볼 기회
아이들에게 나눗셈의 원리를 알려주는 가장 좋은 수업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수 모형을 갖고 직접 만지면서 원리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수학 교구를 사용하니 수 감각도 생기고, 재미까지 더해가며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방법을 잘 알면서도 아이들이 원리를 깨닫고 정답을 틀려볼 기회를 빼앗았던 경험이 있다. 수학 시간 40분 수업 안에 도달해야 할 목표가 있다 보니, 수 모형 교구를 활용하기엔 시간이 역부족이라 여겼다. 따라서 나는 모형 교구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아이들에게 함께 생각해보기 방식을 택했다. 나는 1분을 주면서 "생각해보고, 짝과 이야기 나눠봅시다". "만일 어렵다 여겨지면 짝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아요" 라고 했다. 그리고 그 1분이 지나자 지체 없이 원리를 설명해주었다. 한마디로 아이들이 원리를 탐구한 것이 아니라, 교사가 제공한 모범 답안을 듣게 한 것이다. 만일 1분이 아니라 5분간 고민할 시간을 주고, 몇몇 아이들의 발표를 들은 뒤, 다시 5분을 더 주면서 생각해보자 했다면, 아마도 상당수의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찾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학생들에게 고민할 기회를 주지 않았을까? 하나는, 제한된 시간 안에 기준에 아이들을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었다. 그 결과가 성적표로 학부모에게 전달된다는 부담도 있었다. 다른 하나는, 내가 충분히 설명해줘야만 아이들이 이해할 거라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건 아이들의 힘을 믿지 못한 것이었다. 시간 부족과 진도 압박은 아이들에게서 틀리고 고민할 시간을 빼앗았고, 나에게는 아이들의 역량을 의심하는 습관을 남겼다. 회사는 실적으로 평가 받는다. 공무원도 성과로 평가 받는다. 우리 사회는 과정이 아닌 결과로 증명하고자 한다. 교사도 결과로 평가 받는 직업이다. 학업 성취도, 학부모 민원, 관리자 참관까지 모두 결과로 나를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문화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로 이어진다.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 틀려볼 기회, 스스로 맞혀보는 기쁨을 충분히 주고 있는가?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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