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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의리 감상회

수신인 : 느리개
발신인 :
2025.12.19
안녕하세요 느리개 님.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처음엔 힘이 들어가고 끝에가서 빠졌다고 했는데, 저는 오히려 그래서 더 술술 읽혔어요. 웅장하게 시작하고 일상적인 어조로 조곤조곤 말하는 느낌이었거든요.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끝이 너무 열려서 좀 더 닫힌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의 내면 서술이 좀 더 상세히 드러난다거나. 뭔가 딱 마무리 되는, 그런…… 쓰다보니까 그냥 제가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ㅎㅎ 분위기도 넘 좋았고 물 흐르듯 하는 대화도 넘 좋았어요. 좀아포는 가슴 아프지만 매력적인 배경이죠. 먼지먹은 씁쓸한 맛이 돋보이는 글 잘 읽었습니다!
2025.12.22
안녕하세요 느리개님~저도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도입부 서술도 독자를 안내할 만큼 적당하게 힘이 들어갔고, 말미와도 큰 서술적 힘의 차이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딱 좋았습니다 ㅎㅎ정말 이 사람들의 일상을 엿본 느낌이라서, 오히려 뭔가 마무리 짓지 않고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저는 선호였습니다. 긴 좀비아포칼립스 소설의 일부분을 발췌해서 읽은 느낌이라서, 혹시 느리개님이 이 작품을 더 확장해서 쓰신다면 너무 환영할 것 같습니다. 인물들의 대화도 생생하고 소년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너무 좋았어요. 이런 묘한 비극과 또 사람사는 냄새의 공존이 좀아포의 매력아닐까요. 저는 솔직하게 아쉬운 점이 하나도 없어서....아, 하나있다면 이 세계관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정말 재밌었어요
2025.12.27
오랜만에 보는 매짧글 소재네요. 흥미로운 소재라서 저도 아주 짧은 조각글을 썼던 기억이 나요.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였어서 당시에 올라온 글을 읽으며 즐거웠던 것 같은데 오랜만이라 그런가 더 새로운 기분이에요.
저는 공포, 고어 이쪽을 안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아포칼립스쪽으로는 괜찮더라고요. 특히 묘사가 잔인하지 않은 아포칼립스는 소재에서 오는 자극적임보다는 인간다움, 도덕성, 존엄 등에 대한 이야기라 더 끌린다고나 할까? 그래서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도입부만 써놓고 복선 회수할 엄두가 안 나서 방치하고 있는 작품이 있긴 하네요 ㅎㅎ
느리개 님의 '마음은 무료로 배송해드립니다'는 아포칼립스 장르 특성 치고는 잔잔한 편이에요. 도입부에서는 긴장감이 있는 편이기는 한데, 흔히 좀비 사태가 터지기 시작한 직후라든지 아니면 긴박한 상태를 묘사하기 마련인 반면에 이 글은 사태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도시의 안전망이 구축된 상태라서 그런 분위기는 덜하죠. 보통 이렇게 좀비 사태가 애매하게 진행된 상황을 묘사했을 때 나오는 잔잔함은 지루함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이 글은 그렇진 않았어요. 과하지 않은 정도의 긴장감은 유지하면서도 과거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갈피가 잡히는 느낌?
전반적인 서술이 굉장히 건조하고 담백한 편이라 글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분위기하고 잘 어울리고요. 도입부터 마무리까지 과한 부분은 없었어요. 도입부가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고 하셨는데, 아마 느리개님이 말씀하신 "힘"이라는 건 뭔가 이 정도로 서술했으면 뒤에는 더 대단한걸 내놓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걸 얘기하신 것 같아요. 아포칼립스 특유의 긴박감 같은게 나왔어야 한다는 것? 제가 느끼기엔 그보다는 독자들을 이 글로 끌어들이는 과정 정도라고 느껴졌습니다.
서사가 탄탄한 데에 비해 글의 분량이 짧기때문에 글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드는데, 일반적으로 장편으로 갈 서사를 억지로 짧은 글에 넣어서 서사를 다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아니었고요. 완결성 자체는 높은 편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영화나 소설의 서브 스토리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간순으로 보면 모험의 시작부분이긴 하지만 서사로 보자면 어떤 이야기의 도입부보다는 주인공의 모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어떤 인물을 만나서 왜 방랑자들에게 우편을 배달해주는 일을 하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해주는 부분이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 좀아포를 더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럼 이 글도 좀 더 써주시는 걸까요?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25.12.28
서울쥐
안녕하세요, 서울쥐입니다.
매짧글 소재를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마음 반, 좀비 아포칼립스의 우체부 이야기? 너무 좋아하는 소재라 신난 마음 반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고 나서 처음 했던 생각은 역시 기대한 만큼 좋았다는 감상입니다. 아포칼립스 분위기 하면 제 경우는 보통 끔찍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격한 사건을 보여주며 풀어가거나, 아니면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아포칼립스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하는 두 가지를 떠올리는데요. 이 경우는 후자의 잔잔한 분위기와 그 안에 담긴 묘한 슬픔이 너무 좋아서 행복해하며 읽었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의 매력을 얼마나 담아냈는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저는 이 지점에서 굉장히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걷지 못하게 된 시체가 길거리에서 드러누워 허우적거리고, 되살아나는 특권도 쥐지 못한 시체가 한 움큼이었다'라는 문장 같은 게 이런 부분을 살렸다고 생각해요. 좀비로 살아났더라도 걷지 못하게 되어 허우적거리거나, 모두가 좀비가 되지는 않는다는 어떤 세계관을 잘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허우적거리는 좀비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졌거든요.
또는 좀비가 생긴 세계관에서 우체부란 직업은 여전히 남아서 일을 한다는 소재가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세계이기 때문에 우체부의 역할이 더 중요하고, 그들의 할 수 있는 것의 범위도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의 '친숙한 이웃'이자, 친근한 직업 이미지였던 우체부가 이 세계관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며 임무를 완수하는 어떤 영웅 같은 이미지라는 점에서도 좋았어요. 데스 스트랜딩이라는 게임도 생각났네요.
그리고 좀비물이지만, 당장의 위협이 좀비보다는 부랑자가 더 커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서 우체부들의 생활을 보면서 아, 좀비 사태가 벌어져도 사람들은 일상을 살아간다고 생각한 데에 더해서, 그럼에도 동시에 가졌던 걸 잃고서 떠돌아다니며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이들도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장치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게 가졌던 걸 잃어버린 사람 중 하나던 아이가 우체부를 위협하고, 우체부들은 그런 아이를 받아들여 주는 거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아이가 안부를 전해달라는 부탁에 나이 든 우체부가 네 마음은 무료로 배송해 주겠다는 문장을 봤을 때는 뭉클하기까지 했어요. 이 문장을 저도 매짧글에서 봤었는데, 이걸 이렇게 풀어서 마음을 울리게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도입부 서술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고, 뒤쪽은 힘이 빠진 것 같다고 언급을 주셨는데요. 사건이나 마무리가 어색하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만약 아쉬우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아이와의 일화를 다룬 사건 하나를 꼭 아저씨가 직접 말하는 형식이 아니라 몇 문단 정도를 할애해서 직접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비록 주인공이 직접 본 시점이 아니긴 하지만, 이런 일화가 있었다고 한다로 시작하면 편하게 장면을 보여주듯 서술이 가능할 것 같아요. 아이에게 정이 들고, 애착이 생기는 과정을 조금 그리면 아이가 죽었다는 부분이나 부탁 부분이 조금 더 가슴 아플 것 같거든요.
기승전결 구성을 잘 해주신, 잘 만든 단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운이 조금 남을 것 같네요.
쓰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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