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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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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쥐입니다.
매짧글 소재를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마음 반, 좀비 아포칼립스의 우체부 이야기? 너무 좋아하는 소재라 신난 마음 반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고 나서 처음 했던 생각은 역시 기대한 만큼 좋았다는 감상입니다. 아포칼립스 분위기 하면 제 경우는 보통 끔찍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격한 사건을 보여주며 풀어가거나, 아니면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아포칼립스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하는 두 가지를 떠올리는데요. 이 경우는 후자의 잔잔한 분위기와 그 안에 담긴 묘한 슬픔이 너무 좋아서 행복해하며 읽었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의 매력을 얼마나 담아냈는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저는 이 지점에서 굉장히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걷지 못하게 된 시체가 길거리에서 드러누워 허우적거리고, 되살아나는 특권도 쥐지 못한 시체가 한 움큼이었다'라는 문장 같은 게 이런 부분을 살렸다고 생각해요. 좀비로 살아났더라도 걷지 못하게 되어 허우적거리거나, 모두가 좀비가 되지는 않는다는 어떤 세계관을 잘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허우적거리는 좀비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졌거든요.
또는 좀비가 생긴 세계관에서 우체부란 직업은 여전히 남아서 일을 한다는 소재가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세계이기 때문에 우체부의 역할이 더 중요하고, 그들의 할 수 있는 것의 범위도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의 '친숙한 이웃'이자, 친근한 직업 이미지였던 우체부가 이 세계관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며 임무를 완수하는 어떤 영웅 같은 이미지라는 점에서도 좋았어요. 데스 스트랜딩이라는 게임도 생각났네요.
그리고 좀비물이지만, 당장의 위협이 좀비보다는 부랑자가 더 커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서 우체부들의 생활을 보면서 아, 좀비 사태가 벌어져도 사람들은 일상을 살아간다고 생각한 데에 더해서, 그럼에도 동시에 가졌던 걸 잃고서 떠돌아다니며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이들도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장치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게 가졌던 걸 잃어버린 사람 중 하나던 아이가 우체부를 위협하고, 우체부들은 그런 아이를 받아들여 주는 거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아이가 안부를 전해달라는 부탁에 나이 든 우체부가 네 마음은 무료로 배송해 주겠다는 문장을 봤을 때는 뭉클하기까지 했어요. 이 문장을 저도 매짧글에서 봤었는데, 이걸 이렇게 풀어서 마음을 울리게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도입부 서술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고, 뒤쪽은 힘이 빠진 것 같다고 언급을 주셨는데요. 사건이나 마무리가 어색하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만약 아쉬우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아이와의 일화를 다룬 사건 하나를 꼭 아저씨가 직접 말하는 형식이 아니라 몇 문단 정도를 할애해서 직접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비록 주인공이 직접 본 시점이 아니긴 하지만, 이런 일화가 있었다고 한다로 시작하면 편하게 장면을 보여주듯 서술이 가능할 것 같아요. 아이에게 정이 들고, 애착이 생기는 과정을 조금 그리면 아이가 죽었다는 부분이나 부탁 부분이 조금 더 가슴 아플 것 같거든요.
기승전결 구성을 잘 해주신, 잘 만든 단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운이 조금 남을 것 같네요.
쓰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