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짧글 소재를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마음 반, 좀비 아포칼립스의 우체부 이야기? 너무 좋아하는 소재라 신난 마음 반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고 나서 처음 했던 생각은 역시 기대한 만큼 좋았다는 감상입니다. 아포칼립스 분위기 하면 제 경우는 보통 끔찍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격한 사건을 보여주며 풀어가거나, 아니면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아포칼립스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하는 두 가지를 떠올리는데요. 이 경우는 후자의 잔잔한 분위기와 그 안에 담긴 묘한 슬픔이 너무 좋아서 행복해하며 읽었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의 매력을 얼마나 담아냈는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저는 이 지점에서 굉장히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걷지 못하게 된 시체가 길거리에서 드러누워 허우적거리고, 되살아나는 특권도 쥐지 못한 시체가 한 움큼이었다'라는 문장 같은 게 이런 부분을 살렸다고 생각해요. 좀비로 살아났더라도 걷지 못하게 되어 허우적거리거나, 모두가 좀비가 되지는 않는다는 어떤 세계관을 잘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허우적거리는 좀비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