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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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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기반 커머스로서 콘텐츠 중심의 커뮤니티를 작동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참고사례는 동네서점이지만 책이 아닌 숙박을 팔고 싶어 궁리 중입니다. 텍스트 콘텐츠를 좋아하고 커뮤니티에 관심 있습니다. 기사 쓰는 일과 모임 만드는 일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얼룩소에서 뉴미디어 콘텐츠 전략을 짭니다. 사이드로 풀칠 매거진을 만듭니다.
정병연 Jeong Byeongyeon
Contents Manager@alookso / Editor@fullc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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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되겠지
요즘 정병연은(24.04.30)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습니다. 뼈대는 2주 전에 얼추 세웠지만 뭔가 더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아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여전히 휑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룰 수만 없으니까요. 그 뭐냐…일단 절벽으로 뛰어내린 다음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비행기 만들어 날아가는 게 스타트업 정신 아니겠습니까(제가 스타트업은 아닙니다만).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할 때와 달라진 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더 귀찮습니다. 기초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 좋은가? 단언컨대 아닙니다. 대단히 나은 UX를 제공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으며 심지어 느립니다. 한데 왜? 최근 이야기, 생각, 느낌 등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그것이 참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실험을 하는 데 네이버 블로그는 좀 아쉽더라고요. 그건 ‘이미 잘 만들어진 템플릿’이니까요. 이미 잘 만들어진 템플릿은 ‘최소한의 퀄리티’와 같은 말입니다. 열심히 해서 ‘기준 이하의 결과물’을 내놓는 경험을 할 일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자기객관화가 안 돼 있는 저 같은 사람은 ‘오, 내가 이정도 노력하니 이정도 결과물이 나오네?’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그리고 솔직히 말해 네이버 블로그는 살짝 올드한 감이 있습니다. 저 같은 무능력자가 쓰는 데 있어 최소한의 기능은 만족시켜줄지언정 심미적으로는 정말 모르겠어요). 그래서 사서 고생 좀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아카이브를 이루는 요소들을 직접 만져가며 기초 설계부터 시작합니다. 기준 이하의 결과물’을 보고 충격을 받고 자괴감에 빠집니다. 다시 힘을 내서 하나씩 고칩니다. 더 나은 전달 방식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끼고 적용합니다. 물론 저 자신을 ‘크리에이터’ 자리에 위치시킨다면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부정할 생각도 없고요. 다만 콘텐츠와 전달 방식은 분리된 게 아니라 결국 하나. 그래서 처음부터 같이 고민해보겠다는 것입니다. 뉴스레터를 하는 이유도 그와 관련돼 있습니다. 워드프레스 등을 이용하는 블로그로 가기에는 제 수준에 공부할 게 좀 많아서 중간다리로 노션을 택했는데요. 노션으로 만드는 웹사이트는 외부 노출에 친화적이지 않거든요(그와중에 우피는 또 쓰기 싫음). 뉴스레터 역시 주요한 콘텐츠 전달 방식 중 하나인 만큼 겸사겸사 활용해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풀칠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형태이니까요). 이 뉴스레터의 전신은 호호레터입니다. 총 36명의 구독자 분들께 마지막으로 호호레터를 보내드린 날이 2022년 9월 12일인데요. 무려 1년 8개월 전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사이에 아홉 분이 더 구독해주셨습니다. 가장 최근에 구독 일자가 2023년 12월 27일이군요(어디서 보신 걸까? 답장으로 알려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하여 현재 전체 구독자 수는 45명. 여러분은 제 새로운 뉴스레터의 첫 번째 레터를 받은 분들입니다. 아참, 아카이브 이름은 ‘어떻게든 되겠지’입니다. 뉴스레터 이름인 ‘work out somehow’도 비슷한 뜻을 갖고 있습니다. 상징 이모지로는 파도(🌊)를 쓰려고 합니다. 이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레터에서 차차 풀어보겠습니다(이번 레터가 이미 너무 길어졌거든요).
  • 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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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요즘 정병연은(24.05.16) 노마드션이라는 여행 유튜버의 영상들을 정주행 중입니다. 2021년 9월 20일부터 이 뉴스레터를 쓰는 2024년 5월 13일까지 총 152개 영상을 올렸네요. 구독자 수는 51만 명, 원어민 수준의 중국어 실력이 특징입니다. 폭우가 쏟아진 어린이날 오전에 유튜브를 켰다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700년 된 절벽 다리 - 중국, 세계여행 [105]’라는 영상을 봤습니다. 아마 보통의 휴일이었으면 밀린 뉴스레터나 책을 뒤적거렸을 텐데 전 날의 과음으로 인해 숙취에 시달리다보니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노마드션이라니. 난생 처음 들어본 이름입니다. 여행 유튜버라고는 빠니보틀과 곽튜브 그리고 둘과 관련 있는 몇몇 유튜버가 전부인데요. 심지어 그 ‘몇몇 유튜버’들의 영상은 한 편도 보지 않았는데 무슨 바람이 들어서 낯선 유튜버의 영상을 봤나 싶습니다. 당시엔 홀리듯 영상을 봤는데요(술이 덜 깼을 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가 중국 곳곳을 여행하는 영상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끌림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저는 지금 중국어와 중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거든요. 게다가 이미 정주행을 끝낸 빠니보틀과 곽튜브도 아직 가지 않은 나라입니다. 추천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재밌습니다. 뭐가 재밌냐면…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여행 유튜버의 영상에서 느끼는 재미에 대해서는 예전에 써놓은 토막글로 대신 설명하겠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러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여행객과 택시비 흥정을 하면서 하루를 꾸려나가고, 누군가는 구닥다리 장난감을 최신 아이폰보다 흥미로운 물건인 양 영업한다. 또 누군가는 저 먼 나라의 외국인이 마련해 놓은 별장을 관리하며 살고, 누군가는 생각지도 못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판다. 심지어 맛있다(맛없을 때가 많다). 누군가는 영어를, 스페인어를, 러시아어를, 알 수 없는 그들의 언어를 쓴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러 사람이 있다. (…) 별 일 없다면 내가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여행을 가서 다른 언어를 쓰고, 택시비를 흥정하고, 그 나라의 주민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처음 보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볼 때면 그것만으로도 내 삶을 환기시키는 기분이 든다. 여행도 즐기지 않고 유튜브도 안 보는 내가 그들의 영상을 꼬박꼬박 재생시키는 이유는 단지 그뿐이다. 살짝 유행이 지난 표현이지만, ‘영감’이 된다. 그래서 즐겁다. 아직도 볼 영상은 많이 남았고 올라올 영상도 더 있을 테니까. 둘째,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선입견을 완전히 깨뜨리는 계기가 됩니다. 이것은 노마드션의 중국 여행 영상에 꼭 달리는 댓글이기도 합니다. 중국과 중국인 하면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있는데요. 물론 그런 상황이 전무하진 않으나 적어도 노마드션의 영상에서는 ‘어딜 가나 겪을 수준’으로 나옵니다. 그 외 대부분의 영상은 우리가 이해 가능한 범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내어주는 순수한 호의로 채워져 있습니다. 딱히 선입견이 없을 뿐더러 있더라도 그것으로 판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믿었던 저 자신도 사실은 ‘재미있는 중국 여행 유튜브 영상’을 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통제’하는 곳이기 때문에 타 국가에 비해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여겼죠.
  • 병연
작가적 사고
요즘 정병연은(24.05.31) 속 시끄러워 죽겠습니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제 신상에 이런 저런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중이라 그렇습니다. ‘일어나는 중’이라는 진술에서 짐작하셨겠지만 레터를 보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직 클리어 된 게 없네요. 그러니 자세하게 밝히기는 어렵겠습니다. 아이고, 머리야! 언젠가는 이 또한 글감 삼을 날이 오겠죠? 아무리 부정적인 상황에 처해도 마지막엔 ‘글감 하나 건졌네’라는 생각을 슬쩍 끼워 넣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작가’의 자질을 갖췄다고 우겨볼 만합니다. 예전에 참여했던 글쓰기 모임 리더는 이를 ‘작가적 사고’라고 부르더군요. 출근길 아침 갑자기 ‘오늘 하루만큼은 작가적 사고를 해보자’며 그 날 겪은 일을 글로 써보라는 돌발 미션을 내주던 게 떠오릅니다. 작가적 사고란 무엇일까요? ‘글감 하나 건졌네’ 마인드셋이라는 자질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마가 필요합니다.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고, 일관되고, 설득력 있게 담아내면서 좀 더 신선한 사례, 살짝 다른 관점, 개성 있는 통찰을 섞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죠. 결국 작가란 어떤 메시지를 글로써 표현하는 사람이니까요. 많은 사람이 작가라는 타이틀을 탐냅니다. 그 심리를 절묘하게 파고든 서비스가 브런치죠. ‘지원’을 해서 ‘합격’한 사람에게 ‘글을 발행할 권한’을 부여하고 ‘작가님’이라 불러주니까요. 게다가 기성 작가가 아님에도 실제 출판을 해내는 것을 보여줬죠. ‘글쓰는 OOO’이라는 정체성이 유행처럼 번지는 데 브런치가 기여한 바는 적게 잡아도 절반 이상일 겁니다. 작가적 사고를 하는 사람과 작가는 다릅니다. 둘 사이에 위계가 존재한단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작가적 사고를 충분히 연마하지 않은 사람이 작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면 그냥 좀 마음이 그렇습니다. 글이라고 다 같은 글이 아닌데...고작 그런 글을 쓰면서…작가…? 글을 신성시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예요. 글을 신성시 하며 그 후광을 누리려는 꼴이 보기 싫습니다. 언론사 입사 준비 일환으로 다녔던 학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첫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자로 과제를 받았습니다. 다음날 오후 1시까지 1,500자 분량의 논술 한 편 쓰기. 논제는 “역사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야 하는가?”였습니다. 참고로 수업은 평일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됐습니다. 저는 그대로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에 들어갔죠. 어떻게 저떻게 작성해서 제출한 당일 저녁에 문자가 한 통 더 왔습니다. 메일로 첨부해 보낸 다른 수강생들의 글을 모두 읽고 각각에 상/중/하 등급을 붙인 뒤 그 이유를 간단히 적어 다음날 자정까지 제출하라는 과제였죠. 함께 수업을 듣는 인원은 30여명. 총 3개 클래스가 동시에 진행되므로 읽어야 할 글은 약 90편. ‘미친 과제 아냐?’ 싶었습니다.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그런데 한 10편 쯤 읽고 나니 속도가 붙었습니다. 확실한 기준 하나가 생긴 덕분입니다. 바로 ‘드라마 <기황후> 언급 여부’입니다. 과장 없이 90편 중 50편 정도가 <기황후>를 언급했습니다(2013년 방영된 드라마로 역사 왜곡으로 크게 논란이 됐습니다). 나중에는 '기황후'의 '기'만 보여도 다음 문단을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자동으로 '하'로 분류했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아, 이 미친 과제는 나를 골탕 먹이려고 낸 게 아니구나. 그냥 글 한 편을 써보는 게 아니라 수백 명의 글을 읽고 그 중에 합격자를 가려야 하는 ‘필기시험 채점자’ 입장을 직접 겪어보라는 의도가 담긴 과제로구나. 선생님, 욕해서 죄송합니다. 글쓰기 책에 단골로 나오는 비법, '첫 번째로 떠오른 것은 무조건 버려라'의 속뜻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 병연

"그런 거는 일기장에나 써라"

에서 '그런 거'에 해당하는 것들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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