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중 창업의 일부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25년 4월부터 12월까지, 공군창업경진대회부터, 국방부 창업경진대회, 도전 K-Startup챌린지 왕중왕전을 거치며 비즈니스의 형태와 기술을 구체화시켰다.
그 과정에서 배운 점도 많았고, 아쉬웠던 부분도 많았기에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기록한다.
팀원이 모으기까지
고등학교 선배이자 대학교 과 선배가 될 예정이었던, 반재윤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함께 창업경진대회를 나가보자는 제안이었다. 이미 진주에서 2명의 팀원을 더 구했다. 카이스트 전자과를 다니던 준호형과, 숭실대 컴공에서 개발 경험이 많던 재상이 형.
나는 제품개발 겸 PM으로 참여했다. 사실 4명이 팀이기에 모두가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IR Deck 작성 및 발표, 프로토 제작에 힘을 실었다. 당시에는 AI 분야에 지식이 많이 없어 논문을 겨우 이해하는 수준에 그쳐서이기도 했다.
유용한 기술 & 가치있는 모델
유용한 기술을 찾는다
대회 출품을 위해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다가, 과거 AI로 음성 변조 앱서비스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팀원이 있었다. 당시에는 분간이 쉬웠고, 누구나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의 AI의 발전속도는 금세 사람들이 분간하지 못하는 컨텐츠를 저렴하게 누구나 생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음성 스푸핑 탐지는 꽤나 오래된 분야다. 관련한 기술들은 이미 많은 논문들이 있었고, 음성 스푸핑 영역과 관련한 탐지 솔루션을 다루는 AsvSpoof라는 챌린지도 존재한다. 완전히 새로운 딥보이스 판별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은 목표가 아니었다. 기존에 발표된 기술을 발전시켜서, 이 판별 기술이 필요한 도메인에 적절한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기술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 지도학습 또는 GAN으로 딥보이스로 학습된 음성의 멜스펙트로그램과 일반 음성의 차이를 학습시킨다는 것.
초기 3트랙 비즈니스
Pure Stream : 미디어 플랫폼 검증 빌트인 API 또는 확장프로그램
미디어 플랫폼에 쉽게 통합할 수 있는 API로, 콘텐츠의 순도와 신뢰성을 검증하여 진정성 있는 스트리밍을 보장합니다. 크롬 확장프로그램으로 미디어플랫폼에서 조회하고 있는 영상이나 음성이 AI에 의해 생성되었을 가능성을 사용자에게 직관적으로 알려줍니다.
더 직접적으로 플랫폼 자체에도 저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자사의 기술은 API로 제공되어 플랫폼 제공자는 민감한 주제나 태그에 AI에 의해 생성되음을 표기하여 공인 사칭이나 범죄 악용 등의 사회적 혼란을 막을 수 있습니다.
Artist Anchor : 아티스트 목소리 저작권 보호 통합 솔루션
창작자를 위한 디지털 보호 솔루션으로, 아티스트의 작품을 불법 복제 및 딥페이크 공격으로부터 지킵니다.
소속 아티스트가 업로드하는 노래에 오디오스테가노 그래피 기술이 적용된 AI가 무단으로 학습하는 일을 막습니다.
아티스트의 오디오지문(목소리 특징을) 수집 및 관리하여 아티스트의 목소리 저작권이 침해되었다는 구체적이고 수치화된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손실없는 아티스트의 오디오 지문을 타인이 아닌 주인이 관리하고 사업화 할 수 있는 AI 툴과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합니다.
카멜레온콜 : 보이스피싱 예방 통신사 부가서비스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통신사 서비스로, 전화 통화의 신뢰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보안을 강화합니다. 통신사와의 협업을 통해 부가서비스로 이용가능한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통화중에 AI에 의해 학습되었을 가능성이 높은지 기존의 보이스피싱 방지 서비스는 주로 과거 이력이나 발신처에 의한 서비스가 대부분이기에 음성 변조 피싱에는 취약합니다.
하나에 집중
국방부 창업경진대회 합숙캠프에서 우리는 하나의 아이템에만 집중하는 것을 권유받았다. 여러 아이템을 병렬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리소스의 낭비가 발생한다. 발표에서도 여러 아이템을 소개하느라 시간을 각각 1분씩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쇼규모의 팀이 저렇게 큰 도메인을 하나도 아니고 3개나 건드리겠다는건 현실성도 부족하게 들릴 것이었다.
3개의 아이템 중, 가장 PainPoint를 느끼기 쉽고, 타깃유저가 넓은 ‘딥보이스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RealVoice’에 집중하기로 했다. 데이터셋과 아키텍쳐 설계도 구체화하고, 통신3사 중 한 개 팀의 오픈 이노베이션 팀과도 미팅을 진행했다.
마침 시기도 적절하긴했다. 통신사들이 앞다투어 ‘통화 에이전트’들을 출시하고 있었고, 차별화 기능으로 딥보이스 보이스피싱 방지 솔루션은 매력적이었다.
덕분이었을까. 3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왕중왕전까지 진출할 수 있었고,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무엇을 배웠나.
기술은 당연하다. 시장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처음으로 IR을 작성할 땐, 거의 논문 리뷰 수준으로 우리 기술의 방법론과 그 근거까지 자세하게 적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야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프로그래밍 개념에서의 추상화와 유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술이 구현되는 방식을 캡슐화하고, 그 내부 구현을 모르더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심사위원과 VC 들은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창업가의 기술력을 신뢰하는 상태가 Base라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건, 이 기술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설득해야하고, 그리고 그 비즈니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까지 보여줘야한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안돼
군대에 있으면서 가만히 있는 것에 익숙해져서일까.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평소와 다른 움직임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앉아서 회의하고, 비즈니스 아키텍쳐 설계하고, 디자인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플랫폼에는 참여하는 구성원의 구분이 증가할 때 그 복잡도는 지수배로 증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있다. 아티스트 저작권 보호 서비스는 아티스트, 소속사 등의 구성원이 있었고, 리얼보이스는 통신사측과 실사용유저가 구성원이 된다. 콜드메일을 보내 협업이나 자문을 요청하는 시도들을 지속했다.
기술 자체에 대한 고도화도 필요했다. 휴가에는 학교에 와서 음성분야 교수님께 자문을 구했다. 덕분에 확인해보면 좋을 최신 연구들과 데이터셋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디오 AI 분야로 스타트업을 하고 계신 엔지니어 분들을 인터뷰하고 자문을 구해 모델을 수정하기도 했다. 11월에는 우리 방법론을 정리해서 특허 출원 명세도 접수했다.
발표를 잘해야된다
처음에 발표준비를 하면서는 도무지 감도 안왔다. 그래서 스타트업 피칭영상을 수십개를 찾아보며 어조와 flow, 벤치마킹할 수 있는 부분들까지 수집해서 스스로 데이터셋을 학습하는 과정을 거쳤다.
10여 차례에 걸친 멘토링 과정에서 IR Deck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고쳐나갔다. TAM SAM SOM은 어떻게 제시해야하는지, 복잡한 기술은 어떻게 간결하게 전달하면서도 기술력을 보여줄수 있을지, 팀의 장기적인 마일스톤은 어떤 방향이어야할지, 숫자(예상 매출, 손익 구조)는 어떻게 제시되어야하는지 등등…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캐치프레이즈(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보이스 세상을 만들다.)와 브랜딩에도 힘을 실었다. (여담이지만 왕중왕전 발표는 장표 디자인 외주까지 맡겨봤다. 비싸더라.)
실행력은 없는데 자기모순은 빠져버린 팀
왕중왕전에 올라간 팀에게는 다음해 TIPS/예창패 서류 면제 특전이 주어진다. 우리는 올해 그 기회를 사용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도 적어보고자 한다.
대회를 위한 대회
공군창업경진대회 서류 > 예선 > 본선 > 국방부창업경진대회 예선 > 본선 > 도전 K-Startup 예선 > 왕중왕전을 거치면서 너무 많은 발표에 지쳤다. 이상적인 형태는 이걸 전담하는 한명이 있는거지만, MVP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보다 발표에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할 때 좋은 성과가 난다는 것을 봐버린 우리팀은 4명 모두 여기에 많은 에너지를 썼다. 심사위원들은 우리의 기술구현을 궁금해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어려운 기능구현은 계속해서 미뤄두기만했다.
당시에 드롭아웃이라는 드라마를 보고있었는데, 대담한 비전가가 사기범죄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계속해서 돌아봤다. 그래서 ‘큰 꿈은 보여주되, 숫자를 속이지말자’라고 계속해서 자정했다.
더 미친 실행력이 필요했구나
우리는 군인이기에 활동의 제약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도 개발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연락은 6시부터 10시까지만 가능했다. 아직도 아쉬운 부분은 외부팀원 영입을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볼걸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사 주제로 score로 경쟁을 벌이는 챌린지에서 좋은 팀을 찾게 되어, 협업이나 영입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무산되었었다. MVP 개발도 더 완성도 높고 일찍 진행하고, 실유저 테스트도 거쳤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창작자의 저주
창작자의 저주(Creator’s curse)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창작자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작업에 대한 단점만 보이기 시작하고, 동기 부여 감소나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대회를 진행한지 5개월이 넘어가자 기술부터, 비즈니스 모델이나 시장 전망, 서비스 구현 능력, 디자인에 모두 회의적으로만 보이게 되었다. 창업을 하려면 10년간 매달릴 수 있을만큼 열정을 가진 분야에서 하라는 말도 들어본적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번 아이템은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마치며
별일 없으면 허무하게 끝날 수 있는 군생활 후반기에 이런 성취와 배움들을 얻을 수 있다는것에 감사하다.
우리 아이템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도, 수 많은 다른 팀들의 발전과정을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도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리고 지나고보니 이 대회를 근거로 많은 기회들이 있었던 것 같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여영어 회화 능력이 부족함에도 CES 서포터즈를 다녀올 수 있었고, 이런 행동력을 좋게봐주셔서인지 겨울방학에 인턴까지 많은 기회들이 생겨났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요즘은 AI 동아리에서 어쩌다보니 오디오 AI 논문 스터디를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AI-Gen 컨텐츠는 더욱 진짜 같아졌고, 통신사들에서도 관련 기능들을 출시했다는 뉴스들도 들려온다. 사람들은 더 이상 오디오 데이터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럴때면 아 끝까지 해볼걸 그랬나 라는 아쉬움도 들지만, 아직 나는 젊고 기회는 많다.
다음 번엔 내가 수 년의 시간을 쏟아서라도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찾아, 또 다시 좋은 사람들과 집중해서 가치를 만들어내고싶다.
S’abonner à 'Yejun Cheon'
En vous abonnant à ce site, vous recevrez en avant-première les dernières mises à jour, comme les nouveaux articles, par notification et par e-mail.
Inscrivez-vous à Slashpage et abonnez-vous à 'Yejun Che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