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커피나 한 잔 해요.”
“좋죠. 확실히 해두는데, 저는 진짜 한 잔 해요.”
“네?”
“저는 이런 거 진짜 연락한다고요. 커피 한 잔 하자고.”
“좋죠. 확실히 해두는데, 저는 진짜 한 잔 해요.”
“네?”
“저는 이런 거 진짜 연락한다고요. 커피 한 잔 하자고.”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은 적당히 어색한 두 사람의 대화에 마침표를 찍을 때 안성맞춤이다. 가끔은 이런 인사치레를 역이용한다. 예상이 빗나가는 경험을 줄 때 상대에게 호기심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고 싶은 사람인 경우에만 던지는 회심의 일격. 물론 어떤 반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그건 베팅이기도 하다.
사실 보통 인간관계는 그렇게 시작된다. 어느 순간에는 누구라도 선을 넘어야 진전이 생기는 법. 선 밖에서 맴돌기만 하면 기억 안 나는, 이름은 들어본 듯한, 얼굴만 아는 사이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은 선을 넘는 방법 중에서도 가장 가볍다. 시도해볼 만하고 허용해줄 만하다. 그래.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시작되는 거다. 커피 한 잔이 밥 한 끼가 되고, 밥 한 끼가 술 한 잔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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