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동 쭈꾸미는 몇 달 전에 개업한 식당이다. 원형 테이블 다섯 개가 간신히 들어가는 규모로 사장님이 혼자 운영하신다. 그 자리에는 원래 고깃집이 있었다. 지나다니면서 얼핏 봤을 때 크게 잘 되진 않았던 것 같다. 불광동 쭈꾸미는 그 집이 폐업하고 얼마 뒤에 들어섰다. 식당 시설이야 적당히 값을 치르고 물려받으면 됐을 테니 간판만 바꿔 달면 바로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엔 그저 그런 동네 식당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막연하게 ’여기도 오래 가진 못하겠지‘ 여겼던 게 전부였다. 어느 날에는 가게 문에 ’평일 점심 특선 개시‘라는 문구가 프린트 된 종이가 붙은 걸 봤다. 그래. 식당이 수익을 내려면 점심 장사는 기본이지. 딱 그정도 생각하고 지나갔다. 번화가는커녕 유동인구가 많지도 않은 오래된 주택가에서 평범한 식당이 눈에 띄긴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언젠가부터 식당 앞을 지나가며 슬쩍 내부를 들여다볼 때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게 아닌가. 물론 북적여봤자 테이블 다섯 개지만, ’풀캐파‘ 아닌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쉴 새 없이 돌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아실 테다. 이 작은 동네에서 이정도 흥행을 이렇게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거라면 정착에 성공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제야 궁금증이 생겼다.
예전에 친구가 불광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를 소개해줬다.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커피가 맛있고 사장님이 친절하기 때문이란다. 가게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소. 불광동 쭈꾸미도 그랬다. 음식이 맛있고 사장님이 친절했다. 아무래도 주꾸미란 맵게 먹는 게 보통이라 맵찔이인 내가 그 맛을 온전히 즐기진 못하겠지만 순한맛도 충분히 맛있었다. 이름만 순한맛이 아니라 진짜 순했는데도.
주꾸미 자체를 자주 찾진 않기 때문에 불광동 쭈꾸미에 몇 번이나 다시 갈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동네에 살면서 주꾸미가 생각난다면 굳이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음식이 맛있고 사장님이 친절한 식당이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쭈꾸미‘가 아니라 ’주꾸미‘가 표준어라는 사실을 사장님은 알고 계실까?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떨까. 맛있고 친절하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