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요즘 정병연은 전기차 화재를 다룬 뉴스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난 1일이었죠.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로부터 시작된 화재가 대규모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화재는 약 8시간 뒤에 잡혔는데 주변 차량 140여대가 손상됐고 아파트 주민 22명이 유독 가스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네요. 정전으로 인해 인근 행정복지센터 등에 설치된 임시시설로 대피한 사람도 많았고요. 전기차를 향한 시선이 고울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내 의도와 무관하게 신체와 재산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타인의 의도도 아닙니다. 이번 사고는 주행 중이거나 충전 중이 아니라 주차한 지 사흘이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불이 붙었습니다. 전기차 화재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는 인식을 강하게 남겼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진화도 어렵고요. 실제로 전기차 화재 발생 확률이 내연기관차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이나 스프링클러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은 갑자기 폭발하는 차량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과 전소된 주변 차량을 찍은 이미지에 밀려 설득력을 갖지 못했습니다. 전기차를 지하주차장에서 퇴출하자는 의견이 득세하는 것을 보니 한숨이 나왔습니다. 왜 사람들은 그냥 치워버리면 만사가 해결된다고 생각할까요? 평소에 타고 다니는 차량이 전기차입니다. 아무래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해당 이슈를 좀 더 예민하게 바라봤던 것은 사실입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충분히 이해되기도 합니다. 개인으로서 저 또한 전기차가 무서우니까요. 말 그대로 언제 터질지 모르잖습니까. 하지만 내연기관차를 탈 때도 저는 무서웠습니다. 화재를 포함한 사고는 언제나 제 의도와 상관없이 일어나니까요. 인간이 만든 그 무엇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대비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리스크는 남겠죠. 하지만 리스크의 소멸은 불가능합니다. 관리되는 리스크와 그렇지 않은 리스크가 있을 뿐이죠.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이런 방법 저런 방법 두루 시도해봐야 합니다. 앞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테고요. 모든 신기술은 언제나 부작용을 동반했고 이것을 최소화 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 일상에 자리잡았습니다. 물론 그러한 논의와 시도 끝에 ‘퇴출’이라는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퇴출은 지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퇴출과 같은 결정일까요? 아니요. 완전히 다릅니다. 검토된 경우의 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검토된 경우의 수는 그 자체로 강력한 논리가 됩니다. 어떤 경우도 검토하지 않고 내린 결정에는 검토되지 않은 경우의 수가 미련처럼 영원히 따라붙습니다. 결국 시간이 흐른 뒤 반복될 거란 얘기죠. 그래서 참 안타깝습니다. 왜 깔끔하고 뒤탈없는 단순한 해결책이 있다고 믿는 걸까요? 문제를 단순하게 바라봐서 그런 걸까요? 물론 단순한 문제에는 단순한 해결책이 답이긴 합니다만…이번 전기차 화재 건은 관련 기사만 조금 찾아봐도 그렇지 않던데요. 답답합니다, 답답해!(여러 글 중 가장 좋았던 글을 공유합니다. 해당 문제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해결 방안과 여러 대안을 제시하는 글입니다) 사실 전기차를 글감 삼아 쓰려고 했던 내용이 있습니다. 라식(라섹) 수술과 엮어서 ‘유경험자는 충분히 만족하는데 무경험자가 괜히 트집잡는 것’에 대해 꼬집어 보고 싶었습니다. ‘리버스 라떼’라고 이름 붙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전기차와 라식(라섹)에 더해 한 가지 사례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묵혀두고 있었는데…뜬금없는 내용으로 써먹어버렸네요.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언젠간 쓰겠죠. 지난 레터 이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