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수영가기
: 재능 없는 사람이 확률을 높이는 법
내 첫 직업은 수영 선수였다. 8년 정도 했고, '놀토(노는 토요일)'가 있던 시절이라 주6일 팀과 새벽, 웨이트, 오후 수영을 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새벽 여섯 시부터 하루 12시간 가까이 운동하는 일상이었다. 그런데 일요일이면 아빠를 따라 다시 수영장에 갔다. 아빠가 부탁해서 데려온 개인 코치도 가끔 있었고, 나는 청소년 수련관 같은 곳에서 혼자 정해진 훈련량을 채웠다. 토요일도 쉬지 않는데 일요일까지 수영장에 가야 한다는 게 별로 좋지 않았다. 어리기도 했고. 그래서 아빠와 자주 싸웠다. 돌아오는 길에 자주 햄버거를 사줬는데, 이게 꽤 나를 설득하는데 효과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매 주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8년짜리, 일종의 실험이었다. 대구 화원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그다지 신체적으로 탁월하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 전국 1–2등을 하는 선수가 됐다. 과정에 대한 자부심은 있지만 결과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수영처럼 인기가 적은 종목은 아시아나 세계권을 넘보지 않는 이상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걸 알아서 8년을 하고도 그만뒀고,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당시에는 그 시간이 너무 힘들기도 하고 어리기도 해서, 그 과정을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회고해보면 두 가지 질문이 남는다. '토요일에 수영가기' 같은 경험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아빠는 왜 나에게 그렇게까지 했을까 사실 9년 동안 그렇게 수영을 했지만 남은 건 나만 아는 메달뿐이다. 그럼 그 시간이 의미 없었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 시간 덕분에 나는 이런 것들을 배웠다. 지루한 왕복 훈련을 8년 동안 반복하는 일 같은 것을 매일 하며 한계를 시험하는 일 그 시간을 버티면서 했던 생각들 재능 없는 사람이 나중에 성과를 만드는 방식 그 때, 다른 사람들도 내가 선천적인 재능이 별로 없으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았고, 나 자신도 사실 별로 안 믿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8년이란 시간을 꼬박 그렇게 보내고 나서야 신기하게도 과정이 충실하면, 시간이 길어질지 몰라도 결과가 따라오는 경험을 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사실 상관이 없었고, 그에 반해 그런 경험 전후로 개인은 내적으로 크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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