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동안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스타트업이 꿈꾸는 미래>

  1. 넷플연가
  2. 동행
  3. 스타트업
5년 내내 망했다
첫 직장이었던 아산나눔재단에서 1년간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창업한지 1-2개월만에 프라이머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한양대와 숭실대, 연세대에서 연달아 창업 대회에서 수상을 했으니 창업에 대한 꿈이 크게 없었던 나도 '혹시 재능이 있을지도?'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당연하지만 아주 큰 착각이었다. 두 개의 서비스(전시 공간 공유 중개 서비스, 창작 분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를 3-4년에 걸쳐 말아먹고, 생활비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문학자판기는 도서관과 공공기관에 조금씩 팔리긴 했지만 그걸로는 스타트업이 마땅히 그려야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다. 실행력이 좋은 것과, 사업을 잘하는 일은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나는 그렇게 내 창업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것 같았고 (심지어 나조차도) 5년 가까이 거의 매일 12시간 이상 일했지만, 사업이 넘어야 할 어떤 임계점을 넘기진 못했다. 되돌아보면, 이 한 문장을 이해하는 데 5년이 걸린 것 같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일이 사업이다. 내가 원하는 것 말고'
첫 프라이머 발표와 지원받은 사무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돈을 내는 세상이 오다니

패배감과 초연함이 뒤섞인 채로, 평소처럼 퇴근하고 자기 전 '요즘 꽤 핫하다'는 '넷플릭스'를 처음 켰다. 그게 2020년 무렵이었다. 새벽 3시까지 <블랙 미러>를 정주행하고 나서 두가지 감정이 남았다. 하나는, 이런 콘텐츠를 방구석에서 마음껏 볼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경이로움. 다른 하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외로움과 불안함이었다.
희망은 크지 않고, 무기력에 익숙해진 채 어쩌면 외로움마저 숨기며 '퇴근 후 혼자 넷플릭스 혼자 보다가 잠드는' 이 넷플릭스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참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 보고 나서, 이야기하면서 친구도 만들 수 있다면 참 좋지 않을까?'
마침, 2020년 전후로 소셜 살롱과 각종 모임 서비스들이 성황이었다. 몇몇 커뮤니티 서비스들은 몇십억 원 단위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신기했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데, 몇십만 원의 돈을 내는 세상이 왔다는게. 이미 시장에는 앞서간 커뮤니티들이 수십 개는 있어 보였다. 사업으로 보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미 몇 개의 서비스를 함께 망친 동료에게 다시 해보자고 말하기엔 솔직히 민망했다. 그래서 일단, 혼자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장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돈을 내는 세상이라니.' 나에게는 그게 마치 '물을 돈 주고 사 먹는 세상이라니!'라고 말하던 우리 할머니의 마음을 처음으로 이해한 순간 같았다.

당시 주변의 많은 창작자 친구들은 오프라인 모임을 열 때마다 만족도는 늘 최고였지만, 결과는 항상 적자였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생겼다. 이 사람들이 계속 사람을 만나고, 자신이 잘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객과 운영을 대신해줄 수는 없을까?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대학교 복도에서 봤던 각기 다른 이름의 동아리실들을 떠올리게 했다. 사진, 문학, 영화, 밴드, 연극 등 누군가의 '성장'을 내세우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사람을 모으던 커뮤니티들. 전공 수업이 끝나고 찾던 편안한 동아리방. 당시 있던 모임들은 대부분 강남과 비즈니스 중심이었고,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어서 나는 그 반대의 장면을 상상했던 것 같고, 그 상상이 지금의 넷플연가의 가장 초기 형태가 되었다.

그렇게 연희동 원룸에 살던 나는 먼저 동네 커뮤니티로 '넷플연가'를 만들었다. '넷플릭스 보는 날이면 연희동에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보면 알겠지만 전혀 사업을 염두에 둔 이름은 아니었다. 그런데 예상 외로(?) 넷플연가가 조금 잘될 것 같은 낌새가 보이자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듯 코로나가 찾아왔다. 이상하게도, 더 힘들지는 않았다. '아, 이번에도 망하는구나..'
코로나 2년 동안 모임을 연기하고 취소하면서 내 사과문 쓰는 실력만 일취월장했다. (나는 지금도 사과문을 아주 잘 쓴다. 진심을 담아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가 끝난 뒤 우리 팀은 14-15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사실 코로나가 끝나고 살아남은 팀이 거의 없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진입 전략 - 일단, 한 번 증명하기

투자를 받으면서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한 번만, 제대로 증명해보자' 였다. 몇 번이고 이미 망한 사업, 요행을 바라지 말고 오롯이 내 실력으로 그리고 우리 팀의 두 손으로 이 사업을 최소한 '임계 이상'까지는 직접 끌어올려보고 싶었다.
그 과정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데 돈을 내는 세상에 꼭 필요한 제품'에 대한 명확한 단서가 생기고, 우린 그간에 쌓은 실력과 노하우로 우리 팀이라면 만들 수 있을거란 어떤 감각과 믿음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럴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들었다.

당시 우리는 연매출 5-7억원 규모의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비슷한 인원으로 만약 이 사업을 5배, 혹은 10배를 성장시킬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와 시행착오, 그리고 기준들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데 돈을 내는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앞서가는 제품을 만들 확률을 현실적으로 높여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은 종종 이 과정을 진입 전략이자, 입장 티켓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했다. 이미 이전의 사업들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을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기회를 주고 믿어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보답, 정말 한 번은 끝까지 해보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 때문에 몇 번 사업이 망해도 폐업하지 않았고, 다시 사업을 이어갔다.
본 게임 - 우리 팀이 존재하는 이유
2023년이 시작될 무렵, 연매출 6-7억 수준에서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2-3년이 지난 지금, 연매출은 30-40억 내외가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입장 티켓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투자를 받은지 1년쯤 지나면서, 우리는 넷플연가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데 돈을 내는 세상에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10명도 되지 않는 팀을 굳이 반으로 나눴다.

그 과정에서 '가능성이 보이던' 제품 몇 개를 과감히 접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서비스가 '동행'이다. 동행은 2025년 런칭 첫 해에 연 매출 6억원을 기록했고, 서비스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만나 17,595명이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25년 12월 월 리텐션 80%, 주간 리텐션 60%라는 명확한 앱 활성 지표를 만들어내는 핵심 기능을 검증했다. 이제 우리는 '될 수 있을까'를 묻는 단계가 아니라, '얼마나 크게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에 와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지난 2-3년 동안 우리 팀이 해온 일>
우리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더라도, 기존 제품의 매출이 떨어져서 '집중을 못해서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절대 듣고 싶지 않았다. 투자 당시 6-7억 수준의 사업을 현재 연매출 40억 내외로 성장시켰다.
첫 1-2년은 적자가 꽤 났지만, 최근 1년간 BEP에 근접한 구조를 만들었고, 당장의 투자 없이도 오래 성장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
넷플연가의 모더레이터로 누적 3,000명 이상이 지원했고, 지금도 매달 100명 이상의 신규 크리에이터가 지원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는 더 높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고, 고객은 커뮤니티 형태로 '완주'와 '실행'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 커뮤니티 브랜드 '버킷리스트 클럽'을 넷플연가 안에 런칭했고, 런칭 첫 날에 1.5억의 매출이 발생했다.
넷플연가는 '모든 멤버를 10분씩, 직접 인터뷰하기로' 결정했다. 또, 현재도 매일 수백 명의 신규 고객을 1:1로 인터뷰하는 방식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커뮤니티 참여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를 많은 부분 예측할 수 있다. 커뮤니티의 본질은 '참여하는 고객, 그 자체가 상품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동행에 대한 테스트 검증을 마치고, 최근 1년 동안 아래의 지표를 달성했다
이 일들을 넷플연가 4명, 동행 4명이 해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미래를 베팅할만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 다음 단계를 함께 갈 동료를 찾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
근미래에는 <퇴근 후, 식당의 30%가 처음 보는 사람과 밥 먹는 자리로 채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일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될 것이다> 뜬근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동행에서는 이미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지난 해에만 동행에선 호스트 한 명 없이, 4,222회의 동행이 열렸는데 그 평균 만족도가 4.68/5.0에 가까웠다. 그리고 17,595명이 실제로 만나 친구가 되었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왜 같은 공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걸지 못할까? 만약 어떤 서비스가 있다면, '낯선 사람이 더 이상 이상하거나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 어쩌면 평생 친구로 지낼 수도 있는 사람임을 알아차리게 만들 수는 없을까?'

동행은 서로를 몰라서 생기는 이 비효율을 '스토리형 프로필'로 풀고 있다. 외모 중심이 아니라, 텍스트로 이뤄진 개인의 스토리만으로도 그 사람의 매력이 충분히 전달되고 상상되는 프로필. 그래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 나올지 모르는 모임'에 가는 게 아니라, 설렘과 기대감을 가지고 낯선 사람을 만난다. 1:1이 아닌 그룹 만남이고, 외모가 아닌 스토리 중심의 프로필이기 때문이라 가능하다.

나는 사람들이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고 느낀다. 내 주변의 20%는 꽤 괜찮고 나와 잘 맞지만, 세상의 나머지 80%는 이상하고 나와 맞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내가 지난 몇 년간 직접 확인한 건 정반대다. 세상의 80–90%는, 알고 보면, 스토리를 들어보면 충분히 괜찮고 흥미로운 사람들이다. 나와 정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큰 사람은 오히려 10–20%에 가깝다.

동행이 하고 싶은 일은 단순하다. 80%의 두려움을 기대감으로 바꾸는 것.

그 기대감 덕분에 우리는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아직 만나보지 못한, 나와 친구가 될지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만나게 된다. 그리고 결국, 타인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나다운 삶에 가까워진다고 나는 믿는다.

물리적인 게스트하우스 하나 없이도, 퇴근 후의 술집과 동네 빵집이 잠시 멋진 게스트하우스가 되는 세상. 집 하나 없이 세상에서 가장 큰 호텔을 만든 에어비앤비처럼, 우리는 게스트하우스 하나 없이 세상 모든 곳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동행의 목표는 처음부터 글로벌이었다.

또, 더 준비된 콘텐츠나 전문성을 가진 호스트가 필요하다면 넷플연가나 버킷리스트를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퇴근 후, 더 즐거운 사생활을 위해 필요한 가장 많은 '신뢰할 수 있는' 프로필을 가진 브랜드이자, 성장에 필요한 글로벌한 제품을 가진 스타트업이 되려고 한다.

'되게 만들기' 위해 쓰는 글

나는 조용히 사업을 잘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해왔다. 다만, 그렇게만 하다 보니 우리 팀이 필요로 하는 목표까지 가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요즘 더 자주 들었다. 얼마 전 사무실 앞에서 이런 문구를 봤다.

"리더는 팀의 성과를 홍보할 줄 알아야 한다." 항상 우리 팀에게 "되게 하는 방법을 먼저 고민하자"고 말해왔기 때문에 망설이기 보다는, '되게 만들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이 글을 통해 우리의 생각을 현실로 만들고 싶은 실력 좋은 동료 단 한 명이라도 합류했으면 좋겠다.

매년 a16z는 다가올 기술과 스타트업에 대한 예측을 발표한다. 그중 최근 인상 깊었던 건 AI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성 유지 도구', 이른바 휴먼 테크에 대한 관점이었다.


생산성이 극도로 높아지는 AI 시대일수록 오히려 인간과 관계는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특히 '일하고 난 후의 시간'에 '나와 더 맞는 사람'을 찾고, 이미 존재하는 양질의 콘텐츠(영화, 공연, 독서, 식사 등)을 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일.

우리는 아마 같이 식사하고, 같이 영화를 보러 가고, 같이 시간을 쓰는 방식에 더 많은 의미를 두게 될 것이다. 우리는 AI 시대에, 사람들이 원래부터 자주 해오던 행동 위에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인 행동을 닮은 프로덕트를 함께 만들고 싶다.

너무 당연하게 올 미래에, 어떤 팀은 이 영역을 이끌고 있을 텐데 나는 그 팀이 우리 팀이었으면 한다.
넷플연가, 동행 팀 합류에 관심이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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