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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의 해로움
선희가 토요일 아침부터 일요일까지 짧은 여행을 떠난 사이에 혼자 1.5일 정도의 시간을 가졌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선희가 같이 있어도 이미 꽤 많은 것들을 내 멋대로 하면서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달리기하면서 보는 푸르름 꽤나 오래 준비한 웨비나인데 느낌이 안좋아서 이틀 전에 스튜디오 리허설 했는데 결과적으로 하길 정말 잘했다. 이번에도 즐겁게 잘 끝났고요… 뭐든 과정이 즐거워야 하고, 과정이 힘들었다면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다음날 지원님이랑 킨텍스 가서 3호선 종점 왕복 투어하고… 선희는 부산으로 떠났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달리기 하고… 상파울루 가서 헤어컷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집안일 좀 하다가 탐포포에 왔다. 근처 사는 희종도 나랑 같은 아내 없는 남편 신세라 갑자기 합류 일 이야기, 사는 이야기, 스윙스 이야기, 멘헤라 이야기들 하면서 꽤 늦게까지 마셨다. 선희가 집에 있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시간까지…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술을 많이 마시면 숙취도 있는데 나는 뭔가 죄책감과 비슷한 부정적인 감정이 다음날 크게 몰려와서 감정을 집어삼키는 기분이 든다. 다들 그런가? 보통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던데… 그걸 아는 나는 왜 술을 마실까? 잘 모르겠다. 괜히 평소에 잘 못하던 걸 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여튼 그런 기분으로 선희 데리러 수서역으로… 여행 다녀와서 즐거워보이네 침착맨은 사인도 침착맨으로 하네… 집 근처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아직 그늘에선 쌀쌀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완전히 더워지기 까지는 몇주 남은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 항마력의 한계를 아슬아슬 테스트 하는 모자무싸… 고윤정 아니었으면 진작 탈주했을텐데, 나의 해방일지가 새삼 밸런스가 굉장히 괜찮은 드라마였다는 걸 느끼고 있다. 지피티 이미지 성능이 미쳤어요… 굿즈 만들기 테스트하는데 너무 놀라웠다. 내가 좋아하는 피카츄 돗자리(선희는 싫어한다) 마라톤 sub 2라니… 진짜 이게 되는거였구나…
  • 류성락
아무렇게나 자란 나무들
1. 달리면서 보는 것들 날씨가 너무 좋다. 숨이 더 크게 마셔지고 땀도 적당히 난다. 손이 시렵지 않다. 그렇다고 덥지도 않다. 경험적으로 이런 날씨는 길어야 3주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누릴 수 있을 때 많이 누려야 한다. 분명 다음주면 지금보다 훨씬 더워진다. 그늘을 찾아 달리게 된다. 올림픽공원과 탄천을 번갈아 뛴다. 거대한 공원도 좋지만 마음이 더 평화로운 쪽은 평지로 길게 뻗은 탄천을 달릴 때다. 탄천을 달릴 때 왜 마음이 더 편하고 너그러워지는지 알 길이 없었다. 오늘 아침, 음악도 없이 탄천을 한시간 정도 달렸다. 30분 정도 천천히 달리고, 30분을 템포런으로 달렸다. 달리는 동안 탄천을 구석구석 살폈다. 아무렇게나 자란 나뭇가지가 길 위를 드리우고 있었다. 각기 다른 종류의 나무들이 외따로 떨어져 제멋대로 가지를 뻗고 있었다. 멋지다. 멋지다. 생각하며 달렸다. 같은 간격으로 줄지어 심어져 있는 가지런한 나무들이 주는 미감도 있지만, 탄천 벌판에 아무렇게나 드리워져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달릴 때 마음이 평화롭고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2. 오프라인에서 소비하는 것 대부분 쇼핑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이 주는 경험은 분명 특별하다. 지난주 860 v15를 신어보러 롯데월드몰의 뉴발란스 매장에 갔는데, 시착을 요청하면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꺼내주는 것 외에 매장 직원이 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신어보고, "잘 맞으세요?"라고 물어보고 옆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다. 살 건지 말 건지나 빨리 말해달라는 것처럼... 20만원이 넘는 신발 한 켤레를 사는데, 이 신발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어떤 신발이고, 어떤 경우에 신으면 좋고, 쿠셔닝의 느낌은 어떤지, 어떤 사람이 신으면 좋은지... 심지어 뉴발란스 신발이 D, 2E, 4E로 나뉘어 있고, 2E부터 와이드 옵션이라는 사실도 모른다. 옆에 있는 중년 부부는 아무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860과 1080을 비교해보며 서로 토론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둘이 제대로 토론이 될 리가 없다. 이런 식이면 신발을 제대로 고를 수 있을리가 없다... 이런 식이면 그냥 쿠폰이나 적립금 최대한 적용해서 온라인으로 사는 게 훨씬 낫다.
  • 류성락
뉴발란스 860 v14
1. 뉴발란스 860 v14 무릎이 약간 아프려고 하는 느낌이 있었다. 아픈 느낌도 아니고 아프려고 하는 느낌은 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있다. 아프려고 하는 느낌. 아프진 않지만 이대로 두면 아파질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그 느낌의 적중률은 꽤나 높아서 무시하면 높은 확률로 아파진다. 지금 가장 자주 신는 러닝화는 아디다스의 EVO SL인데, 너무 재미있는 신발이다. 카본화는 아니지만 반발력이 좋고 오래 뛰어도 그 느낌이 유지되는 좋은 신발이다. 다만 안정화에 비해 내측 지지력은 아쉽고 가벼운 신발이라 뛰다보면 과회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무릎에 무리가 간다는 느낌이 분명히 전해지는 신발이기도 하다. 반면 뉴발란스 860 v14(2e)는 디자인도 그렇고 달리는 느낌도 심심하고, 무거운 신발이지만 사실 내 인생 러닝화가 뭐냐고 묻는다면 860 v14라고 말할 수 있다. 260 사이즈에 약간 넓은 발볼인 2e를 구매하면 발에 딱 맞는다. 내 발에 이렇게 딱 맞는 신발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맞는다. 그리고 안정화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한 상태에서 처음 접한 안정화라는 것도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사실 그동안 내가 과회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과회내가 정확히 어떻게 동작하는 것인지, 안정화가 어떤 도움을 주는 것인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꽤 오랜 시간 안정화를 신었고, 안정화는 단지 재미없는 신발이라는 생각만 했었다. 브룩스의 아드레날린, 아식스의 젤큐뮬러스 등이 내가 지금까지 신었던 안정화 계열 러닝화인데... 발 안쪽을 받쳐주어 발목부터 무릎까지의 회내 운동 시 뒤틀림을 잡아주는 것이 안정화의 진짜 기능이라는 것을 모르고, 무겁고 느리다고만 생각했다. 뉴발란스 860 v14는 안정화와 회내운동, 부상 방지 등에 대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던 시기여서... (그때 백수였다) 그걸 이해하고 신발을 접하니 너무 좋고 편한 신발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신발은 죄가 없고 나의 지식이 문제였던 것 같네... 오늘 860을 오랜만에 신고 뛰니 무릎이 아프려고 하는 느낌 조차 들지 않았고, 쾌적하게 뛰었다. 아침은 조용하고 예전보다 뛰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러너들은 대부분 조용하고 묵묵히 자기 내면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가끔 요란하게 음악을 틀고 페달을 밟는 자전거맨들이 있지만... 아침의 탄천은 터벅터벅 러너들이 발 구르는 소리와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곳이다. 새 소리에 집중하고 싶어 달리는 동안 이어폰을 잠시 빼서 주머니에 넣었다. 눈을 감고 달릴 수 있다면 새 소리가 더 잘 들릴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달렸다.
  • 류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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