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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근하는 길에 찍은 고양이. 아이폰 SE3 화질 덕분에 더 아련하다. 처음으로 러닝 크루가 되어 러닝한 날. 팀 사람들이랑 같이 선정릉 두바퀴 뛰고 출근했다. 아침에 러닝하니까 상쾌하고 즐겁고 그렇긴 한데 사실 난 우리 동네에서 혼자 일어나서 5k 뛰어도 되는데,, 1시간 30분 정도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할 필요가 있었을까 조금 현타가 왔지만 그렇다고 말하진 않았다,, 우리 팀 사람들 장점 : 넘 귀엽다 목요일 아침 어디로 가냐면요... 부산에 왔습니다 부산은 지스타 열리는 중,, 앱인토스 게임 소싱+시장 조사+행사장 각 볼 겸 엔씨 대기업이긴 해... 아이온 2, 신더시티 가지고 왔는데 부스가 너무너무 웅장했다. 얼마 들였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게임 마케팅은 또 다른 세상이네,, 구글 플레이 그라운드 아예 올드페리도넛 데리고 온 펍지 성님들 팔월드 캐릭터 귀엽네. 포켓몬 같이 생겨서 좀 해보고 싶어짐...
  • 류성락
시간이 너무 빨라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먼 미래처럼 느껴졌던 11월 마라톤이 끝나고, 새 회사에서도 어느덧 4주차가 되었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왜 나이가 들수록 자연이 좋아지는가?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점점 체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계절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날이 남은 인생에서 얼마나 될 것인가 생각해보면 초라한 기분이 든다. 그러니 더더욱 금새 지나갈 이 계절을 누려야지. 밖으로 나가서 공기를 들이마시고 햇볕을 쬐고 단풍잎을 살펴봐야지. 그리고 사진을 찍은 뒤 카카오톡 피드를 업데이트하고...(그것만은 안돼) 웨비나 촬영장 답사. 쾌적하고 좋은 곳이었지만 이곳이 촬영장으로 쓰이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슈퍼문 뜨는 날이라고 해서 이 날은 귀가를 서둘렀다. 선희랑 동네에서 외식하고 달 구경하면서 오랜만에 밤 산책했다. 달이 밝아서인지 밤인데도 거리가 환하게 느껴졌다. 원래 내가 상상한 슈퍼문은 이런 모습이긴 했지만... 풀마라톤 완주 후 3일 쉬고 다시 아침 달리기 시작. 이제 근육통은 다 사라졌는데 스포츠 테이프 붙인 자리에 알러지가 생겨서 너무 간지럽다. 뜻밖의 부작용ㅠ 요즘 옷장을 COS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당근하는 선희... 토요일은 12시에 상파울루 가서 헤어 컷... 이젠 거의 외관으로는 플라워샵으로 보이네. 이날 토크 주제는 마라톤 완주와 새 직장 이야기. 거의 10년 넘게 다니다 보니 gpt나 진짜 가까운 친구들보다 더 나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는 상파울루 형님,, 언제부턴가 머리 자르러 온다기 보다 형님이랑 이야기 하러 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저녁엔 운좋게 예약 성공한 루왁에 왔다. 서울에서 제일 맛있는 치킨버거(그런데 초점 나갔네) 칠그린이 있길래 한잔 마셔봤습니다... 후추맛 나는 재미있는 소주. 올때마다 느끼지만 늘 겸손하신 루왁 사장님… 많이 배웁니다. CTA에 굳이 '당장'이라고 할 필요까지도 없었을텐데 멋있는 행사 만들어두고 정작 광고는 조금 격이 떨어지는 느낌이네,,
  • 류성락
마라톤 완주 후기
뛰고 나서 42.195km를 뛰었다. 궁금했다.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 뛰고 나면 어떤 기분일까? 얼마나 걸릴까? 뛰었지만 궁금함이 해결된 느낌은 아니다. 그냥 많이 힘들다는 느낌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벅차서 눈물을 쏟거나 바닥에 쓰러지던데 그정도로 간절하진 않았나보다. 뛰기 하루 전날 선희한테 말했다. 마라톤 완주하고 나면 나는 마라톤 완주한 내가 되는 거라고. 근데 그냥 나와 마라톤 완주한 나는 뭐가 다르지? 레이스 당일 전날 일찍 잠들어서 새벽 4시 전에 일어났다. 알람을 4시에 맞춰두었는데 알람 소리 나기 전에 눈이 떠졌다. 어제 챙겨둔 짐을 한번 더 확인하고 미리 잘라둔 근육 테이프로 무릎과 허벅지, 종아리에 꼼꼼하게 테이핑을 붙였다. 선희가 탁센을 챙겨두었다. 뛰기 전에 한 알, 뛰다 무릎에 느낌이 오면 한 알 먹을거다. 무릎이 좀 아파도 참고 뛸 생각했다. 상암까지 꽤 먼 길이다. 경찰병원역에서 출발하는 3호선 첫 차는 5시 17분에 온다. 첫 차 타고 약수로 가서 3호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오늘 대회 나가는 러너들이 몇명 보였다. 3만 5천명이 모여서 서울을 가로지른다는 게 말이 그렇지 진짜 엄청난 이벤트다. 뭔가 수상해보이는 패션... 그래도 아침엔 좀 춥다. 약수에서 6호선 환승하니 그냥 러시아워의 2호선이나 마찬가지였다. 월드컵경기장역은 거의 뭐 북새통이었다. 역에서 나오니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화장실 들렀다가 옷 갈아입었다. 싱글렛 위에 우의 입었다. 우의는 입고 있다가 웜업 되면 벗어서 주로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는다. 짐 맡기고 경기장 주변을 천천히 뛰었다. 심박이 평소보다 좀 빨리 오르는 느낌이라 불안했지만 그런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다. 출발 직전 모르는 아저씨 사진 찍어드렸는데 그분이 보답으로 나도 찍어주셨다. 풀코스 기록이 없어서 F그룹에 배정되었다. A그룹부터 G그룹 순서로 달린다. 출발 전에 버핏서울팀에서 나와 준비운동 했는데 몸이 금방 더워져서 우의 벗었다. 우의는 출발 전에 인도쪽에 벗어서 버리라고 계속 방송이 나왔다. 달리다 중간에 버리면 뒤에 따라오던 주자가 걸리거나 미끄러질 수 있어서다. 뒷 그룹이라 지겹게 오래 기다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금방 출발했다. 이 사진이 완주하기 전에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레이스 완주가 목표라고 했지만 내심 3시간 50분 정도에 들어올 생각했다. 아예 완주 못할 수도 있지만 완주하면 sub 4는 할 것 같았다. 인스타에 너도 나도 sub 4, sub 3 기록을 인증하는 세상이라 나라고 못할 거 없다 싶었다. 3시간 50분에 들어오려면 km당 5분 30초 안쪽 페이스로 뛰어야 한다. 초반 5km 까지는 5분 40~50초 페이스로 뛰어보면서 몸 상태에 따라 페이스를 올리거나 목표를 수정하기로 한다. 어차피 초반에는 병목 때문에 마음껏 뛰지도 못한다. 상암에서 합정으로, 공덕까지 한강 다리를 두번 건너면서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페이스가 자꾸 빨라져서 일부러 조절하면서 뛰었다. 응원하는 사람들도 다들 기분 좋아보였다. 공덕을 지나 종각, 광화문을 지날 때는 이런 날씨에 서울을 가로질러 뛸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광화문에서 신설동으로 내려가는 동안에는 예전에 선희랑 신혼 생활 할 때 생각도 하고(그때 신설동에 살다 은평구로 이사갔었다) 올해 초 YMCA 하프마라톤에서 광화문에서 신설동 가는 코스가 멀게만 느껴졌던 생각도 났다. 그때 생각하며 더 천천히 길게 생각하면서 뛰자고 마음 먹었다. 하프 거리 정도를 지나자 이대로면 풀코스 괜찮겠다 싶었다. 물론 교만한 생각이었다. 30km 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심지어 GPT도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30km 까지도 괜찮았다. 물론 조금씩 힘든 느낌은 있었지만 견딜만한 수준이었다. 잠실대교를 지나 롯데타워가 보이기 시작하자 이제 집에 다 왔다는 생각도 들고 레이스가 끝나간다는 게 아쉽기도 했다. 잠실대교 지나 우회전해서 학여울역으로 가는 길부터가 진짜들의 시간이었다. 이때부터 응원 소리에 호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내 배번호에 써 있는 이름 불러주는 분들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학여울역으로 가는 길이 살짝 오르막인데다, 유턴해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멀리 아득하게만 보여 급격하게 지치기 시작했다. 길가에서 샤인머스캣 포도알 나눠주시는 분, 레몬 조각 나눠주시는 분들이 있어 받아 먹었다.(감사합니다) 7km 마다 에너지젤을 먹을 계획이었으나 35km 되기 전 33km에서 먹고, 30km에서 보너스로 받은 에너지젤은 38km에서 먹고 마지막 힘을 짜내기로 했다.
  • 류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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