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자란 나무들
1. 달리면서 보는 것들 날씨가 너무 좋다. 숨이 더 크게 마셔지고 땀도 적당히 난다. 손이 시렵지 않다. 그렇다고 덥지도 않다. 경험적으로 이런 날씨는 길어야 3주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누릴 수 있을 때 많이 누려야 한다. 분명 다음주면 지금보다 훨씬 더워진다. 그늘을 찾아 달리게 된다. 올림픽공원과 탄천을 번갈아 뛴다. 거대한 공원도 좋지만 마음이 더 평화로운 쪽은 평지로 길게 뻗은 탄천을 달릴 때다. 탄천을 달릴 때 왜 마음이 더 편하고 너그러워지는지 알 길이 없었다. 오늘 아침, 음악도 없이 탄천을 한시간 정도 달렸다. 30분 정도 천천히 달리고, 30분을 템포런으로 달렸다. 달리는 동안 탄천을 구석구석 살폈다. 아무렇게나 자란 나뭇가지가 길 위를 드리우고 있었다. 각기 다른 종류의 나무들이 외따로 떨어져 제멋대로 가지를 뻗고 있었다. 멋지다. 멋지다. 생각하며 달렸다. 같은 간격으로 줄지어 심어져 있는 가지런한 나무들이 주는 미감도 있지만, 탄천 벌판에 아무렇게나 드리워져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달릴 때 마음이 평화롭고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2. 오프라인에서 소비하는 것 대부분 쇼핑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이 주는 경험은 분명 특별하다. 지난주 860 v15를 신어보러 롯데월드몰의 뉴발란스 매장에 갔는데, 시착을 요청하면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꺼내주는 것 외에 매장 직원이 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신어보고, "잘 맞으세요?"라고 물어보고 옆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다. 살 건지 말 건지나 빨리 말해달라는 것처럼... 20만원이 넘는 신발 한 켤레를 사는데, 이 신발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어떤 신발이고, 어떤 경우에 신으면 좋고, 쿠셔닝의 느낌은 어떤지, 어떤 사람이 신으면 좋은지... 심지어 뉴발란스 신발이 D, 2E, 4E로 나뉘어 있고, 2E부터 와이드 옵션이라는 사실도 모른다. 옆에 있는 중년 부부는 아무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860과 1080을 비교해보며 서로 토론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둘이 제대로 토론이 될 리가 없다. 이런 식이면 신발을 제대로 고를 수 있을리가 없다... 이런 식이면 그냥 쿠폰이나 적립금 최대한 적용해서 온라인으로 사는 게 훨씬 낫다.
- 류성락
